조회 : 321

남편에게서...<1>


BY 무명 2000-10-28

비가온다.
이건, 다른때와 조금 다른 느낌이다.
뭘까? 밤새 우리는 좁은 요위에서 3.8선을 긋듯,
넘어가면 지뢰라두 폭발할듯이 조심하여 자기선을 지키고
잤다.
내게 너무나 아픈 옆사람.
옆에 누군가 있음으로하여 이렇게 더철저히 아프고 외로울
수 있음을 나는 왜 몰랐던가?
이 결혼생활..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계속 이어간다 해도, 우리가 서로에게 대해 잃어버렸던 신
뢰의 성은 다시는 쌓아지지 않겠지.
한때는, 정말 한때는 이이상의 내 인연이 없었던 듯 우리
는 너무나 잘 어울리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부였었는데..
그는 내게 너무나 심하고, 또 너무나 예의없이 말을 뱉는
다.
그가 그토록 극찬하고 예뻐해주던 나는 없어진걸까?
사람이 미워지면, 무엇을 해도 눈에 들지 않는것이겠지.
이제 그사람의 마음속에 들어와앉아버린 그 아가씨.
나는 어제 보았다.
그 젊음과 당당함과 여유로움을.
그 애는 왜 내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지..
사랑을 얻었기 때문일게다.
보기 싫다고. 당신이 싫어졌다고. 싫은 건 어쩔 수 없는거
라고. 어떻게 회복해보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않는 덤덤한
그사람을 향해서 난 계속 마음의 문을 열어야만 하는 것일
까?
앞으로의 상황 너무나 무섭고 암담하고 또한 떨린다.
난, 살면서 왜 이토록 많은 시련과 시험을 겪어야 하는것인
지.
그사람말처럼 내가 그를 불편하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전에 우리는 정말로 맘을 열고 살았었는데..
무엇이. 무엇때문일까?
이보다 몇백배나 더 힘들고 지치고 가난할때도 우리는 서로
에게 참 큰 힘이 되어주었는데...
나도 많이 잘못했겠지.. 내 잘못도 커겠지.

하지만, 아무런 생각없이 자신의 행동에 추호도 부끄럼이
없이 그냥 무심히 뱉아내는 그의 독설들은 내 가슴깊은곳에
비수처럼 뿌리를 내린다.
사는거, 참 힘든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