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대충 아무렇게나 걸어두고
그냥 입을 일도 없고
입을만한 옷도 없어서
장롱은 열어볼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미싱 을 끄집어 내서 바느질을 할때
그때 빼고는....
그런데 ,오늘
비가오기에
이 비가 그치고나면
정말 봄이 마구 뛰어 올 것 같아서
옷장 정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하다가 만 그이의 옷부터...
그이의 양복들이
주인없이 가지런히 걸려 있습니다
하나씩 걷어 내렸습니다
차곡 차곡 개었습니다
아직은 조금 그이의 냄새가 남았습니다
드라이 클리닝을 해서 잘 넣어두었는데도
옷은 주인의 체취를 지워 버리지 않았습니다
양복을 모두 개어서 옆으로 밀어놓고
서랍을 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깜짝 놀라다가
'아~ 저번에 나 너무 속상할때
다 끄집어내서 삼단장에 넣었었지'
난 웃었습니다
혼자서 그렇게 웃으며
그이의 옷을 정리해서 모두 한곳으로 모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나프탈레인 을 넣고
보자기로 살짝 덮었습니다
곧 쏟아질것 같은 눈물을 참으며
우리딸들의 옷장도 정리를 모두했습니다
아~~참 많이도 자랐습니다 어느사이에...
작아서 못입을 옷들이
너무 많이 나왔습니다
맞아 이렇게 많이들 자랐는데
난 뭐하고 살았나....
아무것도 할줄 아는것도없이
해본것도 없이
그냥 남편의 그 긴세월을 기다림 하나로
내삶을 가려 버렸다니...
될까?
지금부터라도 될까?
얼마나 남은 인생을 잘 살아낼수 있을까?
정말 그이의 기억을 잠시 덮어둘수 있을까?
지우려하는건 아닌데
왜 내 맘이 이럴까?
아침에 눈뜨면
늘 제일 먼저 그이의 느낌을
기억 하는 일 을 했었는데....
죽도록 열심히 살아내다보면
잠시 잠시 잊을때도 있을텐데...
정말 잘 살아낼수 있을까?
괜히 옷장정리를 했었나봅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나를 힘들게 합니다
그러다
우리막내 올 시간이여서
툴툴 생각들을 털어내곤
옷을 들어냅니다
대문앞을 나서는데
"사모님 그 옷 저 주이소"
앞집 할머니가 모아서 파신다고
달라면서 주섬 주섬 챙기십니다
난 사모님 아닌데....
하지만
난 아무말 하지 ?訪努윱求?
난
참으로
어이없는 바보 같은 여자 입니다
옷장정리를 하다가
남편의 느낌를 찾아내고
또 눈물을 흘리다니....
역시 난 바보입니다
아~
오늘은 일 많이 했으니까
따끈한 커피한잔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