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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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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젊은 여자람 홀라당 해가지고....


BY 나의복숭 2000-10-27



저녁반찬이 어중간해서 부리나케 슈퍼에 갔다오는데
20세쯤된 아가씨 한명이
"아줌마" 하면서 날 부른다.
안면있는 얼굴도 아닌데 얼팡한 나한테 길 물을려고 하남?
"왜 그러는데요?"
"저요"
그러면서 머뭇머뭇 거린다.

차림새를 한번 ?터봤다.
노리끼리한 염색머리, 후드가 달린 윗도리에
하늘색 섹을 메고 꺼먼색 샌달을 신었는데
엄지 발톱에 빨간 메니큐가 유난히 눈에 뜨인다.
내가 좋아하는 단정한 타잎이 아니다.
"말해봐요"
"저 부산서 왔는데 지갑을 잃어버려서 내려갈 차비가
없거든요. 차비 좀 빌려주심 온라인으로 부쳐드릴께요"
그리고는 날 빤히 쳐다본다.
"하이구 이거 클났네. 내가 지금 두부 산다고 돈을
안갖고 나와서...."
"댁이 여기서 머세요? 제가 따라갈까요?"

아이구 완전 빚장이가 따로 없는거 같다.
생긴거 하곤 달리 난 거절을 잘 몬해서 우물쭈물...
속으로는 당연히 뭐 이런기 다 있노 싶지만
그말도 몬하고.....
"아니 미안해요. 내가 돈이 없어서..."
내가 오히려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또 미안해 하면서
후닥닥 쫓아왔다.
인상착의를 보니 틀림없이 거짓말 같은데 그래도
사람맘을 알수가 있나?

(근데 이 아가씨야. 하필이면 왜 나한테 글카노.
좀 부티나는 여자를 붙잡고 글카지.
내 상판을 함봐라. 돈있게 생겼나...)
내혼자 중얼거리며 집에 왔는데 진짜 그 아가씨가
차비 없어서 못가는 상황이면 우짜노 싶어서 맘이 안좋았다.
한편으로는 지 형세 꼴을 보니 그런거 같지는 않아서
잘했다 싶은 생각도 들고...

근데 저녁에 밥먹고 운동 댕겨온 울 남편이
"요새 애들 뻔뻔스러운 애들 많아" 글칸다
"아니 왜요?"
"아까 나가는데 아가씨들 둘이가 지갑 잃어버렸담서
차비 빌려달라고 그래"
"애구 그래서요?"
"온라인으로 부쳐준담서 둘이가 통 사정을 해.
그래서 차마 거절을 못하고 만원을 줬드니 뒤도 안돌아보고 가드라"
"뭐시라고? 그라믄 돈을 줬단 말이라요?"
"하도 사정을 해서 만원을 줬드니 고맙다는 소리도 없이 가"
(이런 드---응신)

하이구 울남편 하는걸보니 열이 바짝 올랐다.
등신 아니라 등신 할애비 소리를 들어도 싸지.
난 아까 내가 도망치다싶이 온걸 마치 결단성있고 똑똑해서
거절하고 온양 울남편한테 청문회를 하기 시작했다.
"걔들 옷 우째 입었어요? 하나가 아니고 둘 마자요?"
"그래 둘. 단정치 못해. 그래서 양쪽에서 하도 붙들고 해서
만원만 주고 그냥 갔어"
이런 이런.....양손을 잡았다 이말이지?

이럴때는 돈이 만원아니라 천원이라도 무지 아깝다.
"당신 진짜 웃긴다. 걔들한테도 왜 내돈 아니다. 공금이다
글카지 왜?
걔들이 아가씨 아니고 다 늙은 할매라도 그랬겠어?
그저 젊은 여자라믄 홀라당 해가지고..."
"넌 뭔 말을 그따위로 해? 나이든 사람같음 당연하게 줬지"
정색을 하길레 내 나온 입이 일단은 쑥 들어갔다.

(그래 잘났다. 이 양반아.
언제부터 그리 인정이 많았노. 돈주고 온라인 번호도 안받고...
걔들이 머스마 같았슴 줬겠나? 줬겠나?
인제부터 내한테 공금 우짜고 소리 하기만 해봐라)
속으로 씩씩거렸다.

사실은 그 여자애들이 미운데...
요새 애들이 젊음을 무기로 남자들한테 그런식으로 돈을
뜯는다는기 치사하고 약게 보였다.
노력하지 않고 돈을 벌려고 하는 얄팍한 생각이 맘에
안드는거다.
근데 울남편같이 거절못하고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런거 아닐까?
바보같이 그기 다른 사람한테 피해 주는긴줄 모르고...
지혼자 잘나도 한참 잘났네<-------속으로만.

아까 밥 묵으면서 내가 먼저 그 애들 얘길 해줬으면
혹 돈을 안줬을꺼 아닌가?
돈 만원 차원이 아니라 냉정해 빠진 울 남편이
여자애들한테 넘어가서 그렇게 한게 더 기분 나쁜거다.
조심해야지.
야시들한테 넘어갈 소질이 다분히 있어.
헌 밴또라고 맘 놓으면 안돼.
쭈그러진 헌 밴또라도 그속에 괜찮은 알맹이가 있나싶어
야시들이 넘볼지도 모르니까...
(괜찮은 알맹이 항개도 없어여)
"만원 떡 사묵은 셈치자"
말이사 글캤지만 속은 딥따 쓰리고 엥꼽았다. 치치.


꼬랑지: '벤또'라는말 사용해서 죄송해요.
제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으니 이해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