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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와-키를 보다.


BY 섬진강 2002-03-01

영화를 좋아하지만 극장에 가서 영활
본 일이 언제였는지 아득합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극장에 개봉 되었다고 했을땐
이영환 꼭 극장가서 봐야지.. 했었거든요.
그런데, 와-키를 상영하는 극장을 근처에서 찾을수가
없는 거였어요. 아이들 때문에 다른 동네까지 원정을
할 수도 없는 몸이어서 무작정 기다렸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시원찮아 그나마도 극장에서
와-키가 내려졌다고 했을때 저도 영화를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서 굉장히 서글픈 생각이 들었었지요.
아마도 그맘때 즈음해서 '와 나 라 고살리기관객모임'이
결성 되었다지요?
이 좋은 우리영활 이대로 사장 시킬수 없다며
팔벗고 나선 훌륭한 관객들이 최초로 일으킨 우리영화사상
초유의 일을 저도 멀리서나마 박수를 쳐주는 걸로
동참을 했었습니다.

'나비'를 아직 못 본 상태라 '와라나고'에 대해
말을 한다는 건 섣부른 일이 될테지만,
'라이방'도 그렇고 '고양이를 부탁해'도 그렇고
어젯밤에 연거푸 두번을 보게 하였던 '와이키키브라더스'도
무척이나 좋은 영화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와-키'가 가장 멋진영화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때 보통은 길거리에서 떠도는
이를 조명하는걸 보아서 일까요? 이 영화에서의 주인공들의
직업인 삼류밴드에 대한 영화가 무척이나 낯설고 먼나라 얘기처럼
다가왔습니다.

정성일씨가 그랬던가요?
이영화를 보면서 허접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들여다 보자구요..
임순례감독의 시선을 좇아 주인공 성우와 그의 밴드동료들을
따라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에 조금씩 소금기 어린 물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감내해야 했던것 같습니다.
결국에가선, 마지막까지 남은 와-키의 멤버중 두명의
연주에 맞추어 오지혜씨가 찰랑거리는 무대복을 입고
'사랑밖엔 난 몰라'를 부를땐 목까지 차오르던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습니다.

사랑이 그려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성우와 인희가 강가에 앉아 할일없이 물수제비를 뜨는
장면에선 가슴이 아련해 오기도 했었습니다.

성우의 여정을 따라가는 길에서 만난
고향을 잃어버린 기타선생의 삶도,
여고시절 한때는 이름꽤나 날리던
성우의 첫사랑이던 인희가 야채장수 아줌마로
살아가는 삶도...그리고 그룹사운드를 이끌던 아름다운
고등학생이던
성우가 가라오케반주자로 외로이 기타를 치던 모습이나
길가에 야채트럭을 세워두고 혼자 노래방에서 노래하던
인희의 모습에서 외로운 삶의 모습들이
가슴을 잔잔하게 울려왔었습니다.

중간중간 양념역활을 충실히 해주던 노랑머리 류승범의
연기도 꽤 볼만 했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삶이 너무 안되었어서 눈물이 맺혀올라치면
갑자기 류승범이 나타나 '아가씨,'를 부르며
보는이로 하여금 폭소를 터트리게 하였으니까요.
자신도 술집 웨이타보다는 드럼을 배워보겠다며
'나는 얼굴도 받쳐주잖아요..'라는 대사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류승범의 연기가 만만치않음을 여기에서
다시 확인하는 즐거움도 꽤 컷었지요.

아쉬움과 서글픔을 남기고 영화는 끝이 났습니다.
고향과 인희를 남기고 여수로 떠난다는 성우의 앞날이
너무도 불투명해 보여서 서글펐고,
반짝이는 무대복을 입고 마지막으로 '사랑밖엔 난 몰라'를
부르던 인희가 슬프도록 아름다워
인희를 연기하던 오지혜씨의 모습을 계속 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을 남기고 영화는 서서히 막을 내렸습니다.

또하나의 좋은 우리영화를 발견한 어제밤은 참으로
행복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