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밑에 지란지교님의 글을 읽고 부러움 마음 금할 수 없다.
그저께 밤에 있었던 일.
우리 아들, 언어력이 떨어진다.
아니, 그냥 떨어진다 수준이 아니라 진짜 걱정일 정도다.
아들넘, 이불 위에서 뒹굴뒹굴하다가 나한테 묻는다.
<엄마, 치사하다가 무슨 뜻이에요?>
울 아들, 이런 질문을 아주 자주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아주 당혹스럽다.
그런데 얼마 전 신문에서 이런 질문에는 그 단어가 들어간
상황을 몇 가지 들어주면 애가 잘 이해한단다.
그 기사 읽고 얼마나 고맙던지.
<그래, 딱 내가 필요했던 기사다.
앞으로 우리 삼돌이한테 이렇게 써먹어야지.>
그래서 아들넘 옆에 앉아 말했다.
<만약 니 친구가 너한테 과자 같이 먹자고 했다가
그 과자가 너무 맛있어서 그 친구 맘이 변해서
너 과자 하나두 안 주고 자기 혼자 다 먹으면,
니가 그러지? 에이, 치사하다!>
<네.>
<만약 누나가 너랑 같이 학교 가기로 해놓고,
너 꾸물거리는 동안 먼저 가버리면
니가 그러지? 누나 치사하게 먼저 갔다고.>
<네.>
그러면서 우리 아들녀석, 뭔가 안 듯한 얼굴로
조금 생각하다니 되묻는다.
<음~ 그럼, 엄마가 나한테 책 읽어준다고 그랬다가
엄마가 피곤하다고 책 못 읽어주면, 그게 치사한 거지?>
약간 떨떠름한 얼굴로 내가 대답한다.
<그렇지 뭐~~ 그럴 때 치사하다고 하는 거지. 알았지?>
그래서 내가 뒤돌아 아들넘 방을 나오는데,
우리 아들 나한테 왜 그냥 가냐는 투로
짜증섞인 목소리로 다시 묻는 거다.
<엄마, 그러니까, 치사하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구?>
ㅠㅠ
그리고 어제 점심 때 있었던 일.
사무실에서 점심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삼돌이다.
이상하다. 이 시간이면 아직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아니다.
점심 먹고 나서 실습실로 가서 영어 특활을 하고 있을 시간이다.
그런데 집에서 전화를 하는 거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엄마, 근데 영어실습실이 어디야?>
ㅠㅠ
영어실습실이 학교 어느 구석에 꼭꼭 숨어 있냐구?
아니다.
지가 공부하는 2학년 4반 교실 가려면
꼭 거치지 않고는 갈 수 없는,
건물 들어가자 바로 입구에 눈에 확 띄게 있다.
그걸 모르고 집으로 달려와서, 나한테 전화한 거다.
하긴, 저번에는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보다 무려 2시간이나
먼저 왔길래 왜 이렇게 빨리 왔냐고 놀라서 물어봤더니.
너무 당연한 얼굴로 대꾸하는 거다.
지 짝이 3교시 끝나고 집에 가길래(그러니까 조퇴한 거다)
자기도 그냥 따라 왔다나....
ㅠㅠ
지란지교님, 이런 아들도 5학년이 되면
속담 마구 쓰는 그런 아들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님, 애저녁에 포기해 버릴까요?
부러워라, 부러워라, 부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