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금 나쁜 꿈을 한바탕 꾸고 일어난 것만 같습니다.
출근길 하늘도 그대로이고, 한강에 내린 햇살도 그대로인데...
지난 일주일사이...
두사람을 하늘로 보내야 했습니다.
지난월요일엔 시댁의 작은 아버님께서...
금요일엔 사랑하는 조카를...
작은 아버님이야 시댁식구이고...연세도 있으시니 가셔도 괜찮지
싶었는데...내 사랑하는 조카는 겨우...아니! 스믈아홉살이나 먹은
건장한 청년이였는데...하루 아침에 저와는 다른 세상으로
가버렸습니다. 슬프다기 보다는 절망이라 표현을 해야 겠습니다.
9년전 오빠가 돌아가셨고, 5남매를 키우며 사시던 올캐언니는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으셨습니다.
월요일 저녁부터 2박3일의 작은 아버님 장례를 치루었습니다.
사람들은 남편도 없는데 인사만 다녀오면 되지 무슨 상주노릇까지
하느냐고 말들을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전 그집안의 며느리 이므로 의무를 소흘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작은 아버님이긴 하시지만 명절이며 아버님기일
어머님 생신을 항상 함께 보냈기 때문에 멀다라고 생각을 해 보지
않았지요, 지난 설에도 새배를 받으시며 아이들을 혼자키우는
조카며느리인 절 많이 걱정을 해 주셨습니다.
늘 따뜻한 말씀을 잊지 않으셨던 분이십니다.
아직은 더 사셔도 되셨는데...
목요일 하루 피곤한 몸을 쉬고...
금요일 출근준비를 하던 시간에 조카의 소식을 듣게 되었지요.
감던머리를 물기만 닦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은 남편을 보낸 병원이기도 했기에 가슴에 담긴 절망은
커다랗게 절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울 수가 없었습니다.
자식을 보낸 올캐언니 앞에서 정말 울 수가 없어서 가슴으로 삼키다
보니 제 가슴에선 쇳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사각거렸습니다.
그래도 울지 않으리라 다짐을 합니다.
제 형제들은 서로 위로조차도 할 수 없었지요.
하긴 위로를 한다고 해서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저 서로 바라만 보고 3박4일을 보냈습니다.
경찰은 녀석을 사체검안을 해야 한다고 통보를 해옵니다.
가족인 저희들은 그것만을 안??말이라고 울부짓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아내야 한다고 합니다.
세상에, 엄마인 올캐언니와 외가댁에 결혼식이 있어 공주에서
올라온 결혼한 조카가 함께 잠을 잤는데...어머니고 누나인데...
그러나 경찰에선 가족이라 해도 정확한 사인이 없을땐 부검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동생을 보내야 했던 조카녀석은 처음 목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데려다 몇시간 심문을 받았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아이라 다음날 화장을 하고싶던 가족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4일장을 치루어야만 했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실신을 하는 언니를
붙들고, 울지도 못하는 저역시 가슴만 아플뿐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다는 사실때문에 가슴이 여러번 무너집니다.
언니는 절 붙잡고 말을 합니다. "고모 00일어났나 갔다와봐!"
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슬그머니 일어나 분향실로 향합니다.
정말 일어났으면...
마지막날...
아이의 시신은 사체검안을 위해 작은아버지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로 향했습니다. 그저 급성 심장마비라는 말뿐...자세한 결과는
열흘뒤에 나온다합니다.
오빠들은 얼마나 힘들까! 전 생각을 합니다.
제 남편의 부검때도 보호자로 오빠께서 입회를 하셨는데...
병원으로 돌아와 입관을 하고...화장터로 향했습니다.
해질 무렵의 화장터는 쓸쓸함, 적막함, 통곡소리로 메워져 있습니다.
모두는 집으로 들여보내고, 오빠들 세분과, 저, 먼저간 녀석의
형인 큰조카, 조카사위들,그리고 녀석의 친구들 몇명...
녀석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기위해 갔습니다.
녀석을 화덕에 밀어넣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병원에서 울지 못했던
울음을 토했습니다. "00야 잘가거라..."
생각해보니 녀석에게 고모인 제가 해준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른 녀석들에게 해 준것은 간간히 생각이 나는데
5남매중 이녀석 에게만 아무것도 해준것이 없었습니다.
전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기로 했지요.
재가되어 나올때까지 화덕앞을 지켜주었습니다.
녀석이 떠난 집으로 돌아오니 다른 올캐언니들과 조카들은 저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남아서 밥도먹고, 술도 마시고 말도하고
웃기도, 울기도 합니다.
술자리가 끝나지 않았는데 조카가 절 부릅니다.
들어가 보니 올캐언니가 제 손을 잡고 말을 시작합니다.
"애기씨 정말 고맙다. 내가 할 말이 있는데 아무소리 하지 말고
이언니 하자는 대로 해야한다." 전 대답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지요
대답을 하다 울음이 새어나올까 겁이나서지요.
"내일 건강진단 예약을 할테니까 날짜가 나오게 되면 나랑함께
가서 건강진단 받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애기씨는 내가 해주고
싶으니까, 건강해야 아이들 잘 키우고 살테니까..."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언니는 울기 시작합니다.
저도 대답을 하지 못하고 앉아있었지요...여전히 눈물을 삼키며...
늦은저녁 집에돌아와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자식이 갔는데...시누이 건강진단을 받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을까를...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언니는 형제들에게 미안해 했지요, 오빠가 돌아가시고, 여식 둘은
출가 시키고, 아직도 결혼을 해야 할 아이들이 둘이나 있으니
형제들이 얼마나 힘들겠냐고...다른 형제들은 둘씩 밖에 없는데
자신은 자식도 많아 받아야 하는게 많다고...
흔히 요즘은, 형제들이 잘해줘도 섭섭하다고 말들을 하는데
미안하다고 말을 하시는 언니를 보면서...
감사했습니다.
자식을 보내고 마음이 더 넓어진 언니를 보면서...
어렵고 힘들고 고단한 일을 당할 수록 겸손함을 배우자고...
산다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