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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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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악산을 다녀와서....


BY 풀꽃 2000-06-26

지난 12일 전남 곡성 동악산을 다녀왔습니다.

어느 법인단체의 산악회를 따라서 갔었지요.

흐릴듯 개일듯 갈팡질팡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제발 비만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습니다.

대전쯤 지날때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곡성에 도착할 때까지

백여우 소견머리 시샘하듯 찔끔 거렸지요. 하지만 120명이란

거대한 움직임이었기에 모든것을 계획대로 진행할수 밖에 없었습

니다. 곡성 동악사에 도착했을때 저의 기도가 통했는지 잠시나

마 비가 그치는듯 했습니다. 계절의 푸프름을 더욱 풍요롭게

느끼게 하는 나무숲과 이름모를 잡초들이 우리 일행을 반기는

듯 했습니다. 계곡을 따라 맑고 투명한 물이 바위틈과 바위위

를 스쳐흘러 갔습니다. 가끔 지렁이도 발아래서 삶을 확인하

듯 꿈틀러리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저의 현실을 거부하기 위함

인지. 좌절과 절망을 벗어버리기 위한 발버둥임인지 고사리와 떡

취를 뜯으며 나즈막히 콧노래도 불러보았지요. 잠시 멈추었던

비는 또다시 우리모두의 몸속으로 스멀스멀 스며들었지요.

이끼낀 바위는 비에 젖어 미끄러웠고 젖은 옷 또한 뻣뻣해져 천

근이 넘는 갑옷을 입은 느낌이었습니다. 시련과 좌절을 깨끗

이 씻어 동악산이란 곳에 묻고 가라는 듯이 빗방울은 머리위로

떨어져 온몸을 타고 흘러 내렸지요. 능선 곳곳에는 신선이라

도 나타날듯 안개구름이 능선을 따라 여기저기 걸려 있었습니

다. 안개구름탓에 시야는 좁았지만 구름사이로 우뚝솟은 동악

산의 신비를 체험하였습니다. 힘든 산행길에서 신비로움을 발

견하듯이 생에 있어서도 커다란 시련앞에서 커다란 좌절을 느껴

본사람만이 더 큰 희망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

다. 형제봉 정상에서 빗물에 밥을 말아 먹은후 하산하면서 잠

시 지난날의 나의 삶을 회상해 보았지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난 어떻게 나의 삶을 가꾸어왔나...... 현재 당면

한 삶을 어떠한 자세로 맞고 있는지.......

가슴한켠에서 일렁이는 찐한 회한이 나자신을 참으로 고독하게

만들었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학문을사랑하고, 진정으로 마

음을 주고 받을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더욱더 좋

구.......그런 삶이라면 후회없는 삶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