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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생각하며


BY 라니안 2001-03-19

매일아침 8시 반이면 난 운동복을 갖춰입고 집을 나선다.

몇달전부터 에어로빅대신에 걷기운동을 하는데 생각외로 참 운동효과도 크고 여러가지 상념의 시간들이 주어져 참 좋다.

처음엔 어디로 걸어야할지 몰라 우리동네도 걸어보고 아랫동네, 윗동네, 탄천...... 여기저기 걸을만한 장소를 찾아 헤메었었다.

몇달이 지나니 이젠 내가 매일 아침 걷는 장소가 정해졌다.

바로 집부근의 탄천이다.

집에서나와 탄천을 끼고 쉬지않고 팔을 휘두르며 빠르게 걷다보면 반대편으로 갈수있는 내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온다.

그다리를 건너 U-턴 해서 가볍게 뛰기도하며 빠르게 걷다보면 다시 또 반대편으로 갈수있는 다리가 나온다.

그럼 또 그다리를 건너 조금걷다보면 내가 처음 걷기시작한 바로 그지점이 나온다. 그러니까 탄천을 한바퀴돈셈이된다.

그렇게해서 집에오면 하루 한시간 십분정도 운동으로 걸은셈이된다.

요즈음은 탄천변은 아우성이다.

여기저기 땅을 파헤치고 물길도 이리저리 돌려서 탄천바닥에도 길을 내어 하수도관을 묻을 요량인가보다.

대형 하수도관이 산처럼 쌓여있고 중장비들이 굉음을 내며 연일 탄천을 시끄럽게 들볶고 있다.

어떤날은 유유히 흐르던 드넓은 탄천의 맑은냇물이 흙탕물이되어 한쪽으로 몰려 억지로 흐르고 있고,

다음날은 또다시 그 물줄기는 제자리를 찾고 또다른 탄천변이 몸살을 앓고 있다.

드넓은 탄천변 냇물의 물줄기를 이리저리 손쉽게 바꿨다가 제자리를 찾아주는 중장비의 힘에 놀라움과 부러움이 샘솟는다.

우리딸은 요즈음 사춘기다.

공부는 소홀히 하고 외모에만 신경을 쓰고 잡생각들로 꽉차있는것같아 안타깝다.

머리는 깻잎머리를 하고 큐빅핀을 꼽고 운동화는 패션운동화를 고집한다.

아무리 추운날도 멋을 내느라 맨다리로 학교를 간다.

학생의 본분을 누누이 일깨워주고 야단도 쳐보지만 고치겠노라 대답만 콩당콩당하고 영 고치질않는다.

어느날은 매를 들어도보고 악다구니를 쳐봐도 또 달래보아도 집에서만 고분고분하지 밖에나가면 여전히 저하고푼대로 하고 다닌다.

집에서 단정하던 머리가 밖에서 보면 깻잎이고 집에서 그 패션운동화 못신게해도 어느사이 패션운동화를 신고 게다가 어쩔땐 불량스럽게 꺽어신고 룰루랄라 다니고있다.

이일을 우짜면 좋을까나...

딸아이의 나태한 정신상태를 싹 뜯어고칠만한 방법이 떠오르질않는다.

딸아이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학생의 본분인 공부에 전념하고 바른 몸가짐을 했으면 좋으련만 아직 딸아이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딸아이의 친구들도 다 깻잎머리다.

깻잎은 깻잎끼리 통하는지 끼리끼리 어울린다.

매일 등하교시간에 맞춰 어울리지 못하게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딸아이가 깨달아야 하는데 정말 큰일이다.

딸아이 키우기가 이토록 어려운줄 몰랐다.

탄천변의 물줄기를 이리저리 쉽게 바꿀수있는 중장비처럼 나에게도 그런 중장비가 있어서 엇나간 딸아이의 정신상태를 싹 개조해서 얼른 모범적인 학생으로 만들었음 좋겠다.

공부 열심히하여 좋은 고등학교 그리고 자기의 적성에 맞는 대학을 나와 하고싶은일 마음껏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딸아이의 엇나간 생활태도가 뿌리를 내리기전에 빨리 바로잡아야할터인데 정말 어려움을 느낀다.

걸으며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