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도요아케시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70

흰머리 감추기


BY 雪里 2002-02-18


거울앞에서 빗질을 이리 저리 해보지만
아무래도 머리 염색을 해얄것 같다.

지난해부터 하기 시작한 흰머리 감추기 작업은
한달에 한번씩은 해야 감쪽같이 남들이 속아 줄것 같은데
그게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긴머리 일때가 좋았는데....

일년에 한번만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볶기만 하면
특별한 외출땐 감아서 풀어놓고,
평상시엔 질끈 묶어 놓아도 그런대로 봐줄만 했었는데...
잔뜩 늘어난 흰머리가 그것마저 허락칠 않는거다.

아침부터 몇번을 망설이다가 지난달 두갑 사다 한갑쓰고
남아 있는 새갑을 연다.
티셔츠위에 비닐을 둘러 목에 감고 방바닥에는 구문을 깔고
손에 일회용 비닐 장갑을 낀후
손거울을 챙겨서 앉는다.

A 제와B 제를 잘 혼합해서 빗질을 해가며
머리 전체에 골고루 바르라고 써 있는 설명서는
이젠 읽지 않아도 훤하다.

이십분만 있다 감으라는 것도 내맘대로 십분을 초과한다.
오래 있으면 더 잘 감춰질 것 같은 마음에서다.

하얀머리카락을 감춘다고 더 예뻐 지는건 아니지만
늙어지는걸 남에게 덜 보이고 싶어서
결국은 남을 속이느라고 머리에 물감을 발라서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까지 서글퍼지려한다.

언제였던가!
군겆질 생각이 나면 엄마에게
흰머리 뽑아 준다며 벼개 꺼내들고
일하시는 엄마를 기어이 방에 눕게 만들던
고집도 무지 ?쓴?그 말라깽이 계집아이가
갯수 부풀려서 종이돈 받아들고 좋아라며
팔짝팔작 고무신 신은발 놀리며 뛰어나가더니...

어느새 흰머리 감추려고 하고 앉아 있는 꼴이란.!

손거울안에 있는 기미낀 얼굴이 어쩌면
엄마 인지도 몰라 다시 들여다보지만,
까맣게 젖은 머리를 하고 눈을 맞추는
그여자는 분명 나였다.

"어쩌면 엄마가 아니라 누나같네유!"

아들과 가끔 동행하면서 들었던 그소리도 헛소리.

그사람들,
내가 이렇게 흰머리 감추고 젊은체 하는건
모르고 그랬던거야.

한달에 한번씩은 내가 이렇게 거짓짓을 하고 있다는걸
그네들은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던거야.

모두들 나에게 속고 있는거지.

하얀머리 감추는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