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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엄마.


BY 햇살처럼.. 2002-02-16

울동네엔 겨울이면 맛있는 잉어빵을 파는 가게가 있답니다.
8살난 울딸래미 평소엔 잉어빵 사달란 소리 안하는데
꼭 목간통 갔다 오는 길이면
'엄마, 잉어빠앙~~'
그러면서 집과는 반대 방향인 그쪽으로 옷을 잡아끕니다.
못이기는척하며(목간하고 나오면 출출해서 저두 먹고 싶거든요.^^)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한장을 딸애 손에 쥐어주면
딸애는 신이나서 먼저 달려갑니다.

따끈한 잉어빵 5마리가 담긴 봉지를 들고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리며 달려오는 딸애.
그런데 문제는 이 맛있는 잉어빵이 천원에 5마리란거랍니다.

엄마:따알~~잉어빵 죠~
딸 :(한마리를 꺼내주며)엄마랑 나랑 두마리 반씩 먹음 되겠다.
엄마:(지지배,그새 머리 굴렸구나.) 그런게 어딨어?
니가 크니? 엄마가 크니?
딸 :엄마가 크지.
엄마:그럼 큰사람이 많이 먹어야지.그니까 엄마 3마리 딸 2마리
먹어야지.
딸 :엄마가 그랬자나,자라나는 어린이는 많이 먹어야 한다고....
난 자라나는 어린이니까 많이 먹어야돼.
엄마:ㅡㅡ;;;
그날은 그렇게 딸애가 주는대로 두마리 반씩 먹어치웠답니다.

그다음 목간통 갔다 오는 날.
역시나 딸애 또 잉어빵 사먹자 합니다.

엄마: 따알~ 잉어빵 죠~~
딸 : (역시 한마리 꺼내주며)엄마 또 두마리 반씩 사이좋게 먹자아~
엄마:(지지배,그런 머리 굴리듯이 공불 좀 하면 얼마나 좋아..)
아냐,오늘은 너 세마리 먹어.
딸 : 왜???
엄마:너 자라나는 어린이라서 많이 먹어야 된다구 했자나..
딸 :나도 두마리만 먹을래.
엄마:(잼 읍지? 킥킥) 왜? 자라나는 어린이는 많이 먹어야해.
딸 :(시큰둥 해져서) 배불러...

그날 잉어빵 한마리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방바닥을 이리 저리 굴러다니다 결국 딸애의 야참이 되어 딸애의 뱃속으로 골인했답니다.
가끔 그렇게 8살짜리가 되어 딸애랑 말씨름을 하는 철없는 엄마가
되곤합니다.
울서방님 가끔
'나이가 몇살인데...애나 어른이나 똑 같냐.
그러면서 한심하단 눈으로 쳐다보지만 그래도 그순간이 행복한걸요.

어릴땐 엄마 안보이면 큰일나는줄 알던 딸이 이젠 좀 컸다고
친구랑 노는게 더 좋아서 엄마혼자 시장갔다 오라고 말할때
가슴 한구석 휑한 바람이 스쳐가대요.
그렇게 딸애는 내게서 조금씩 멀어져(?) 가고 난 익숙해져야한단걸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