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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98) * 봄이 오는 소리 *


BY 쟈스민 2002-02-16

고개 들어 멀리 창밖을 바라다 본다.
그곳에선 봄이 오는 소리가 나는 것도 같다.

떠나는 겨울과, 새로운 만남인 봄이 가고 온다.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레임과, 헤어지기 섭섭함이 동시에 인다.
떠나는 이에게는 몇마디 축하의 말을 건네며 악수를 나눈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월급날에 맞추어 사람들의 기다림을 채워주려니
요즘은 하루가 어찌 가는지 정신이 없다.

컴퓨터가 아무리 일을 잘 해주어도 사람이 조종을 해야하는 터라
이것 저것 신경쓸일도 참 많고, 챙겨야할 것도 많다.

프로그램의 성격을 잘 이해못하는 옆에 앉은 이에게 자상한 설명도 곁들여주어야만 하고,
그이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해 줄수도 있어야 한다.

오늘은 토요일
불과 4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은 시간을
나는 아주 길게 쪼개어 쓰고 싶어서 안달을 낸다.

나머지 공부하는 기분이 들어서인지
남들 퇴근후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음을 아는지라
근무시간 내내 집중해서 일을 마무리지었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주말을 향해 나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어제보다는 한결 바람이 가벼워져 있음이 느껴진다.
거리에 나선 여자들의 옷차림에서 봄이 가까이에 머물고 있음을 본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던, 당연하게만 생각되던 월급봉투를
비로소 그 일을 내가 해 보면서
누군가의 수고로움으로 얻어지는 것임을 한번더 생각하게 된다.

내가 처음 그 일을 하기 시작하였을 때 너무도 막막하고,
전혀 모르는 일에 대하여 일던 두려움들도
이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나름대로의 메모노트를 만들어
다음 사람에게 좀더 잘 알려주고자 정리를 해 둔다.

내가 그만큼 더 노력하고, 내 것으로 완전히 마스터 해야만
정확하게 가르쳐주고 떠날 수 있을 것이다.

흐르는 세월은 서툰 나를 조금씩 베테랑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겠지 ...

가끔씩은 정말 머리가 복잡하고, 스트레스 받아가며 일하는 날도 많지만,
착오없이 정확히 처리해야 하는 일인만큼 온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며 두눈을 반짝거린다.

그것은 한달내내 계속되어온 수고로움에 하루쯤 편안한 마음의 휴식을 가져다 주기도 하는 일이니
어떻게 하면 좀더 매끄럽게 내 할일을 잘 해낼수 있을까 ...
나는 늘 그런 궁리를 한다.

보너스도 없는 2월은 조금쯤 얇아진 호주머니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초에 세워두었던 계획을 다시금 점검해야 할 테고,
지금이라도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는 시점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눈 앞의 현실만을 바라다 보고 살기에도 버거운 게 삶이라지만,
올해는 왠지 10년, 20년후의 먼훗날까지 바라다 보며 좀더 계획성 있게 살아보고 싶다.

아주 많은 액수의 돈을 벌고 있진 않지만,
아직은 그래도 남편에게 내 힘껏 작은 보탬이나마 되어줄 수 있으며,
그의 어깨에 놓인 짐을 가끔씩은 함께 마주 들 마음을 갖고 사는 건
무엇보다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겨울이 시리디 시린 것은 우리들 마음이 그토록 얼어 붙어 있음이 이유가 아닐까?
어느날 홀연히 다가선 봄 기운에 얼었던 마음의 실타래를 눈 녹듯 풀어버리고,
다시금 연초록의 싱그런 오월을 우리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산에도, 강에도 봄은 오겠지만,
우리들 마음에 봄을 자신있게 불러들이는 사람으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

움츠린 어깨를 한번 쭉 펴고, 멀리 한번 내다 보며, 긴장되었던 온몸을 잠시 이완시켜보며 ...
두 귀를 세우고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 보고프다.

귀로 들을 수 없는 소리라면 마음은 들을 수 있을테고,
꽃이 피는 소리는 멀찌감치서 향기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루를 온통 컴과 마주보고 앉아서 보내는 나날들이어서인지
오늘은 향긋한 꽃 한다발을 꽂아 두고 싶어진다.

주말이니까 ...
저만치서 봄이 오고 있으니까 ...

버선발로 한달음에 달려가 안아 주고 싶은 봄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