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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눈의 안경


BY 라니안 2001-03-16

내동생 혜정이는 참 유별났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20대중반부터 였으리라.

누군가로부터 예쁜물건을 선물받으면 그냥 그때그때 쓰는게 아니라 예쁘다 싶은건 무조껀 장롱 깊숙히 모셔두기에 바빴다.

왜 필요한데 안쓰고 그렇게 모아만 두냐고 물으니

이다음 시집가서 쓸꺼라며 아무도 손도 못대게 단도리를 하는거였다.

몇년후 예쁜물건은 장롱가득 넘쳐나는데 그애는 30대중반이 넘도록 제짝을 못찾고는 마냥 헤메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바로밑의 여동생이 먼저 시집을 가게되자 그 장롱의 물건을 슬쩍 풀어헤치더니

몇개 아주 아까운듯이 먼저 결혼하는 지동생에게 선물로 주는 거였다.

그리고는 다시금 제물건들을 꽁꽁 숨겨놓는거였다.

그아이 바로밑의 여동생이 먼저 시집을가자 집에선 더욱더 그애의 짝을 지어주려 무척 선도많이 뵈이고 애를 썼건만

보는쪽쪽 자기의 이상형이 아니라며 퇴짜를 놓아버려 그애 짝구하기에 모두들 두손두발 다 들고는 지쳐버렸었다.

그러던 어느날 느닷없이 친구소개로 선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괜찮은 남자라며 히히낙낙 데이트를 하느라 정신이없었다.

몇달후 모두들 언제 그 남자를 뵈줄꺼냐며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애 생일이 다가와 그 남자를 자연스럽게 집으로 초대를 할수있게되었다.

모두들 그렇게 오랜세월 고르고 고르더니 한눈에 뿅 가버리게 만든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무척 궁금했다.

드디어 그애는 자기생일날 그 남자를 집으로 데리고왔다.

우린 모두들 그 남자를 보는순간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기미낀 야구선수 이종범이었다.

야구선수 이종범과 똑같이 생긴얼굴엔 얼굴가득 시커머죽죽 기미로 뒤덮여 있었다.

한군데도 빼꼼한 구석이없이 어쩜 여자보다도 더 기미가 끼고 게다가 윤이나서 뺀질뺀질해보였다.

우린 " 저남자 무슨 병있는것아니니? " 하고 다그쳤지만 동생은 아니란다.

그냥 회사다니는 짬짬이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들어서 저렇게 되었다며 그건 기미가 아니라

효자의 증표인 햇빛에 그을린 자국이라며 오히려 두둔하기에 바빴다.

우린 아무리 봐도 햇빛에 그을린 자국이아니라 기미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 여동생은 그 기미낀 남자랑 결혼하여 가끔씩 자기 신랑얼굴에 맛사지도 해주고 팩도해주며

또 매일 퇴근무렵이면 지하철역까지 마중나가 반갑게 맞이하는등 아주 아기자기하게 잘살고있다.

기미가 좀 낀들 어떠리...

우리제부 얼굴에 있는 기미는 아직도 여전하지만 몇년째봐온 우리눈에 익어선지,

팩을 열심히 해선지 이젠 많이 옅어져 보이며 그보다는 사람좋음에 참 감사함을 느낀다.

제눈의  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