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보리밭과 홍자색의 자운영 꽃'
색감으로 나타난 4월을 느끼려고 검색을 시작했다.
유년 고향 들판에 꽃이 지천이었다는,
자운영은 녹비(綠肥:풀이나 나뭇잎 따위로 만든 거름)로 재배했다는,
자운영에 대한 기억이 없다, 나에게는.
자운영은 밑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옆으로 자라다가,
곧게 서서 10~20cm쯤 자란단다.
홍자색의 꽃은 4~5월에 피고,
꽃줄기 끝에 7~8개의 꽃이 우산 모양으로 달린단다.
뿌리에는 뿌리혹 박테리아가 붙어서 공중 질소를 고정시키며,
꽃은 중요한 밀원(蜜源:벌이 꿀을 빨아 오는 원천)이 된단다.
자운영꽃(사진/조선일보DB 사진)
시 하나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섬진강·1 /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 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 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시집 {21인 신작 시집}, 1982)
보리는 외떡잎식물의 두해살이풀이란다.
높이 1m 정도 자라고,
곧게 자라고 줄기 속이 비어 있단다.
줄기 끝에 이삭이 달린단다.
보리에 대한 건,
예전에 보리대를 화장실 옆에 놓고,
화장지 대신 쓰기도 했다하고,
쌀대신 혼식을 장려하기 위해 노래도 있었단다.
대문 앞 공터에 보리는 아직 작기만 한데,
서릿발 내린 보리를 짚신 신고 밟았다는 추억도 있다하고,
보리에 대한 애환을 말하자면 배고픔을 빼 놓을 수 없을테고,
양식이 다 떨어져 여물지 않은 보리이삭을 넣고
나물 뜯어다 흐여멀건한 죽을 먹었다는 데,
거멍칠하며 먹었다던 밀때기에 대해서도, 기억이 없다.
아이들에게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책 보따리 매고 보리피리 불며 일렁이는 들녘을 쏘다니던
살아나는 추억 또한 없다.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오면 학원을 돌아다니고,
엄마보다 빡빡한 일정에 매달려 있다.
봄이 되고 보리가 쑥쑥 자라면,
아이들과 나서 보리밭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눈에 묻혀도,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견딘,
모든 것이 꽁꽁 얼어도 잘 견딘, 자랑스런 보리라고 말해줘야지.
노래도 흥얼거리며 불러주고 싶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옛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며
고운노래 귓전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노을 빈하늘만 눈에 차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