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의 일을 한꺼번에 다 했다.
그래야 연휴동안 편안하게 보낼 수 있으니까.
심야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니 밤 12시가 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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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야할 버스를 기다리며...
겨울의 끝자락은 어둡고 싸늘하다.
피곤이 밀려들지만 마음은 개운했다.
꺼져 있는 상점들 사이로 아직도 꺼지지 않는 가게가 있었다.
고향으로 떠난 사람들도 있겠지.
선물을 들고 집으로 향한 사람들도 있겠지.
홀로 쓸쓸함을 달래며 술 한 잔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겠지.
밤 늦게까지 일을 마무리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텅 비어 있는 버스가 왔다.
운전기사가 여자분이 였는데
밝고 신나게 인사를 했다.
나는 괜히 멋쩍어 고개를 숙였다.
따스한 버스 안.
손님은 다섯 손가락 안으로 꼽을 정도였다.
뒤에 앉았던 어느 여자가 핸드폰을 받았다.
그러더니
"여기가 어디지? 졸았어...어떡하지.."한다.
난 졸지 말아야지...
혼자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버스는 속력을 내어 명절속으로 달려간다.
이 밤이 가면 설날 연휴다.
나의 연휴는 별로 바쁜지 않다.
시집도 가깝고 막내 며느리고
친정은 한 동네고 올케가 있어서 바쁘고 힘들 일이 없다.
친구에게 문자 메세지가 들어 온 걸 한번 더 읽고
지우기를 선택하고 다시 "예"를 선택했다.
집에 전화를 걸어야겠지...
일번을 꾸욱 누르니 띠리리릭~~~통화가 연결되었다.
"엄마 들어간다. 어지른거 치워라.그리고 닦아라..."
시간이 화살같다 했다.
시간이 흐르는 물같다 했다.
시간이 눈깜짝할 사이라 했다.
시간은 누구라도 똑같이 주어지고 똑같이 지나간다.
시간은 잡아지지 않고 꽁꽁 붙들어 묶지도 못한다.
그래서 시간은 투명하다.
그래서 시간은 무심하다.
그래서 다 들 똑같이 "벌써 내 나이가?" 하고 한숨을 쉰다.
버스는 잘도 달려간다.
주어진 길을 따라 똑똑하게 달려간다.
여자분이 운전기산데...
운전을 '기차게 잘하네..'했다.
난 운전은 커녕 운전 면회증도 없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문제지를 구입하거나
운전학원에 전화를 걸어보지 않았다.한번도...
여하튼 면허를 따야지 하고 결심하지도 않았으니
내가 생각해도 난 참 답답한 여자다.
내려야 할 목적지가 눈 앞에 보인다.
벨을 눌렀다.
"띠리리리리리링"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음악소리가 짧게 울린다.
나말고 젊은 남자가 먼저 내릴려고 서 있었다.
내가 내릴 정겨장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우릴 내려 놓고 버스는 "뿌앙~~~" 떠났다.
"버스야 설 잘 지내거라.
요즘 유행하는 말로
부자 되거라.
그래서 제 시간에 제발 오거라.
널 기다리기가 얼마나 지겨운지 넌 안 기다려봐서 모를거다.
달릴 땐 말이지 지그제그로 달리지 말고
갑자기 급정거 좀 하지 말아라.
떡국 많이 먹고 한 살 더 먹고 건강하거라"
밤 길은 까맣다.
까만 공간 사이로 나무도 보이고 인도도 보이고
공원에 있는 쇠로 만든 쓰레기통도 보인다.
주차장엔 차들이 꽁지를 화단 반대쪽으로 돌리고 잠들어 있다.
난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보며 빠르게 걸어갔다.
잠들어 있는 차들이 잠에서 깨어나
내게 인상을 찡그릴지 그런건 둘째 문제다.
"난 말이야 무지하게 급하단다.자정이 넘었거든.
어제 나갔다가 오늘 들어오는거거든."
저어기~~~
경비실 유리창의 불빛이 반갑게 보인다.
이제 연휴의 시작이다.
3박4일동안 편안하게 뒹굴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