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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부부 42 ( 그때 그 시절 )


BY 올리비아 2002-02-08

날씨가 온통 잿빛 하늘..
모처럼 우리부부 아침부터 바쁘다..

오늘은..우리 큰딸 중학교 졸업식..

너무 일찍오면 기다리기 힘들다고
자기가 핸폰하면 그때 출발하란다..
(역시 신세대들은 틀려.ㅎㅎ)

문명의 힘은 이렇게 때로는
이기적인 가치관을 만들기도....^^

"꽃.. 어디서 사지?.."
"상가에 가면 있겠지.."
"꼭 사야되나..꽃값 너무 아까워.."
"그래도 사야지.."
"사진 잠깐 찍으면 끝인데..금새 시들고..에이~거 버리는것도 일이라니깐.."
"참내..ㅎㅎ"
"꽃값 대신 걍~ 돈으로 주는게 더 낫지 않나?"
"글쎄.."
"그럴까 봐..구리고 참..후배애가 꽃준다고 했대.."
"니 맘~데로 해라..^^"
"음.. 꽃 대신 엄마가 왔쥐~~할까? 에이~ 아냐..
..너가 꽃인데 무신 꽃?.. 이렇게 해야쥐..^^"

그렇게하긴..무신..쩝..-.-
급히 상가 꽃집에 들어가서 15000원주고
그나마 젤 싼걸루다가 잽싸게 샀당.(←나 엄마맞어?)

나 졸업식때는 조화로 된 꽃으로 사진찍고..
다음에 또 동생 졸업식때도 다시 대물림 했던 기억이..
(어느새 우리나라 부자 나라됐군..쩝..-_-;)

그렇게 학교에 바삐 도착해보니..
아이들은 아직도 운동장 의자에 앉아 있었고..
부모들은 멀찌감치서 졸업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내리자.."
"시~러..-.-"
"왜~ 구경해야지.."
"넘 추워서..있다가 끝나면 나갈래.."
"으이그~~무신 엄마가 저러냐?"
"참내..차안에서도 다 보이는데 뭘.."
"그래도 수린이가 찾을지도 모르잖아.."
"어차피 나가도 안 보일텐데뭐..자기나 나가있어..-.-"

이렇게 엄청시리 추위를 타는 난 그렇게
따뜻한 차안에서 졸업식을 바라보고 있었고..
울 남푠은 나가서 졸업식을 바라보고 있었고..^^

졸업식절차는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시상식하고..교장 선생님의 연설..후배들의 노래..

아이들은 을씨년스런 날씨에 마지못해
앉아 연설을 듣는게 아주 역력해 보였다..

무슨 상을 주는지 아이들이 하나둘 나오고 들어가고..
(울애는 개근상이라도 타려나..쩝..)

그렇게 시상식이 끝나자..
마이크에서 안내방송이 울려퍼진다..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의 함성..

"에~~이~~~"..(쉬)-.-

아이들의 야유 아닌 야유소리를
난 차안에서 듣고는 너무 어이 없어서 웃었다..
남푠도 웃고..주변의 엄마 아빠들도 웃고..^^

아이들은 그저 언제나 이 지겨운 졸업식이
끝나나..하는 마음들을 아주 솔직하게 표현했다..

곧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아이들은 금새 좀전의 야유가 아닌
기분좋은 환호소리를 내며 우렁찬 박수를 쳤다.

"와~~" 짝짝짝...^0^

이젠 좀 끝나려나 했더니..또 무신
학부모대표가 나와서리 연설을 한다고 한다..

또 다시 내지르는 아이들의 야유..

"에~~이~~"...(쉬~)-.-

"하하하.."(녀석들 증말 웃겨 죽겠네..^^)

아이들도 그 추운날씨에 그렇게 운동장 의자에
한참을 앉아 있는게 몹시 지겨웠던가 보다.
(예전 초등 졸업식때는 교실에서 컴으로 했었는데..)

허긴 우리가 온 시간보다 훨씬 전부터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힘들기도 할 것이다.
때마침 비까지 부슬부슬 잠깐 내리기까지 하니..ㅜ.ㅜ

그렇다고 어찌 저렇게 용기있게 싫은
내색을 다 하다니..정말 세대차이 나는구먼..ㅎㅎ

그렇게 녀석들은 계속 무신 연설이
시작 된다고 할때마다 장난스럽게 웃고
야유를 하다가는 이내 곧 조용히 앉아 있었다..

운동장에서 그렇게 고물고물 움직이며
솔직한 야유를 보내고는 즈네끼리도 우스웠던지
하하..웃는 모습을 보니..(에구..철없는 넘들...ㅎㅎ)

우리 부부는 그런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함께 바라보며 웃다가...

..우리때는.. 이랬었는데..하며
문득 옛날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도 하였다..

어느덧 졸업식이 끝났다..
~~~졸업식을 마치겠습니다~~~

"우~~와~~~~" ^0^

아이들은 좀전의 야유와는 다른
환호소리를 그렇게 크게 지르고는.
각자 자기교실로 향해 냅다 뛰어 들어갔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보는 졸업식 풍경..
아이들은 그저 마냥 즐거워 보이기만 하니...

이별의 아픔과 헤어짐의 아쉬움은..
이제는.. 감정의 사치품목이 되었나 보다..ㅎㅎ
(역시 세대가 바뀌었음이야...^^)

예전같지 않은 통신의 발달로
언제든 만나 이야기 할수 있는
N세대들이기에..그런 것 일까..

갑자기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다..
.
.
"애들 넘 웃긴다..그지??"
"구러게 말야..우는 아이들은 한명도 없네.."
"ㅎㅎㅎ"

우리 부부..
모처럼의 졸업식을 바라보면서
잠시.. 예전의 학창시절을
더듬거리며.. 기억해 보았다..

핸폰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전화도 흔치 않았던..

그때 그 시절의 졸업식을..


.......



***님들..다가오는 새해에..
복 마니 마니 받으시고....부~~자 되세여..
그럼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에 또 만나여..^^***..


못말리는 부부 42 ( 그때 그 시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