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이 좋다
살수만 있다면 산속에서 산새처럼 살고 싶다
내가 자주 가는 우리집 근처의 산은 마치 어릴적 자라던
외할머니집처럼 편하다
산은 옷을 어떻게 입었느냐에 따라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오고가는 거래가 있는 곳에서의 사람을 그것으로
곁눈질해서 평가하는 그런 속상한 세상과는 너무나 다르다
무릎이 툭 튀어나온 골덴 바지도 좋고,색이 바래고 유행이 지난 청바지도 좋다
그저 편안한 옷차림이면 산은 나를 맞이해준다
산은 항상 거기에 있다
바빠서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재미난 일에 ?아 다니고
신나는 일에 ?아 다니다..
사람에 실망하고,세상에 속상할때 ,내가 가기만 하면
산은 또 내게로 온다
언제나 내편처럼 언제나 나만 기다렸던것 처럼
아무말 없이 항상 거기에 있다
산은 조용해서 모든 소리가 들린다
산에 오를때 산새 소리,가까운 곳에 있는 절의 목탁소리,
인근 동네의 개짖는 소리,졸졸 흐르는 물소리,
사그락 사그락 흙이 조금씩 내려오는 소리
그렇게 조용해서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날것 같지 않지만
산은 모든걸 생각나게 하고 ,모든걸 듣게 해준다
조용하고 ,평온한 그 속에서 말이다
산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경계를 스스로 접어준다
산을 오르는 사람은 산을 내려오는 사람에게
수고의 말을 전할줄 알게 해준다
입밖으로 내는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을 보는 눈속에
그 마음이 있다
나처럼 이렇게 힘들게 저 이도 올랐을 이산
무사히 오르고 또 저렇게 내려오는 저이를 사심없이 좋게 보게 만든다
산을 내려오는 사람은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수고의 말을
전할줄 알게 해준다
입밖으로 내는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을 보는 눈속에
그 마음이 있다
나도 저이처럼 저렇게 올랐는데 지금 오르는 저이도
나처럼 속시원히 이 산을 내려오길
마주 오는 그 사람을 사심없이 좋게 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나는 산이좋은 이유를 다시 나를
세상속으로 등떠밀어 주는 곳에서 찾고 싶다
세상은 나혼자만의 것도 아니고,
나혼자 살수 있는것도 아니지만,
그 속에서 견뎌내는것만은 이상하게 내 혼자 만의 몫이라고
생각이 드는건 왜인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속에서 산에 오를때면
산은 내 등을 민다
힘든 병과 싸울때 한시간이면 오를산을
세시간 넘게 걸어 올른 그 산에서 산은 또다시 내 등을 떠밀었다
아무것도 볼것도 가진것도 모든것이 모자라고
힘없는 나를 받아준 이 산에서 다시 내려가라며 내 등을 떠밀었다
이를 물고 오른 산에서 내려올때
산의 토닥거림에 마음이 놓여선지 하염없이 울었다
걷는 내내 울었고,내려오는 내내 울었다
어쩌면 울기 위해 그 산을 올랐을 지도..
가족에게,친구에게,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말아야 할것이기에
그 산에 올랐을지도..
그리고 기어이 다 토해내고 그 산을 내려오는지도..
산은 내게 다시 내려올 힘을 준다
항상 기다릴테니 마음 조급히 먹지 말고
잘 지내다 오라는 엄마 처럼
산은 그렇게 또 나를 보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