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시댁에가 제사를 모시고 오니 너무나 많은 글들이 올라와
그걸 다 읽어보고오려니 숨이 차는군요.
가슴찡한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 또 ...
저도 덩달아 아주 속상한 얘기를 해보려구요.
우리 옆집,
우리아이들이 그냥 이모라 칭하는 그 이모의 얘기를요....
며칠전 정확하게 12시 10분에 가게문을 닫고 집으로 와서 샤워를 마치고 나니 12시 45분, 얇은 잠옷을 대충걸치고는 버릇처럼 바쁘게 아컴에 들어와 이곳저곳을 헤매고 있을때였어요.
01시20분, 조용한 그 새벽에 시끄럽게 전화벨 소리가 울려서 받지 말까 하다가 남편이 깰까봐 얼른 수화기를 들었더니 웬 여자의 울음소리가들렸습니다. 전신에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아 말을 못하고 있는데
"나예요" 하는 울음섞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옆집에서 비디오가게를 하는 그 이모였습니다.
"왜그래? 무슨일이야? "
"나,...술친구 좀 되줘요. 속상해 죽겠어요.
시간을 보니 01시 25분을 넘어서고 있었는데
어떡해야하나 잠깐 망설였지만 금방 옷을 갈아입고 나갔습니다.
얼마나 맘이 아프고 괴로왔으면 이 시간에 전화할 생각을 다 했을까..
내가 거절을 하면 또 얼마나 더 슬플까...하는 생각에피곤했지만
거절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이웃에 있는 꼬치집을 갔고 우린 소주 한병을 시켜놓고 마주 앉았습니다. 그 이모의 얘기인즉,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 부부는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로 우리 경상도 사람들로서는
부러우리만치 서로에게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운 말씨며 표현력 또한
대단했기 때문에 동네에서는 잉꼬부부로 소문 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집 남편이 벌써 세번째의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거였습니다.
지난 지난해에는 자기회사 여직원과 열렬히 뜨겁게 전화 메세지
주고받는걸 확인하고 그 집에서 작은 전쟁이 났었고
그 아가씨가 회사를 그만둠으로서 관계가 끝났다 했습니다.
그리고 지남해에는 어느 단란주점의 여 주인과도 사건이 있었다 했습니다. 남편이 회식있다고 나간뒤 이모도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는데 거기서 정면으로 부딪혔다 합니다.
물론 그 남편은 회식이 아니고 그 여자와 함께 였던거죠.
집으로 돌아온 그 집 남편은 백배 사죄를 했고 끝난듯 했는데
그 이모는 남편이 보란듯이 동맥을 끊었답니다.
다행히 살아나긴 했지만...
한동안 그렇게 지냈는데 어느날 그 남자 또 이상해 지더랍니다.
여자의 직감이란 참 무서운 거죠.
그런데 그 남자의 새로운 애인은 시간도 장소도 구별할줄 모르고
전화를 하다가 자연스레 그 이모가 알아버렸던 것입니다.
그 남편은 또 끝난 사람이라하며 이젠 그런일 없을 거라며 빌었답니다. 그래서 또 한번의 용서를 했답니다.그게 작년 12월이었죠.
그런데 며칠전 그 남자는 그의 새로운 애인을 만나고 온걸 그 이모한테 알게 해버렸습니다.
끝내지 못하겠다고 했답니다.
가정을 가진 유부녀라 했고 같이 살진 못하겠지만 안보고는 못살겠다 했답니다.
그 부부가 가끔씩 가서 기도를 드리는 절에도 그 새로운 애인을
데리고 갔었답니다. 그 이모는 거기서 더 배신감을 느꼈는지 모릅니다.그 말을 듣고 있으려니 내가 살이 다 떨리는것 같았습니다.
그 배신감, 분노, 치욕....
" 나, 누굴 믿고 살아요? 어떻게 살아요? 그렇다고 아이가 있는것도 아니고 나 그 남자 믿고 살아야 되요? 말아야되요?"
하며 한없이 울기만 했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도 같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해 줘야 하나.
"그냥 지나가는 바람일거야. 바람이 한곳에 머무는것 봤니? 끝이 보이는 만남이니까 금방 그러다 말겠지. 모른척하고 조금만 기다려봐"
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런 내 말이 아무런 도움도 안된다는건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 아픈 마음을 어떻게 다 헤아리겠습니까만 그 남편이란 사람 정말 인간 이하인것 같았습니다.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 이모는 정말 남편에게 미안해 하고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었는데...
반반한 얼굴믿고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부드럽고 따뜻한 말솜씨 때문인지 여하간 그 이모의 속을 숯검정처럼 태우는 그 이웃집남자가
정말로 정말로 미웠습니다.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그 날 미처 못했던 말을 꼭 해 줘야 겠습니다.
당당하게 살라고, 힘내라고..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데 그 이모는 얼마나 속이 상할까요.....
세상모든 남자들이 다그래도 내 남편만은 안 그럴거야...하고 또 세상모든 여자들은 그렇게 믿고 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