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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에 커피끓이던 시절


BY 초우 2001-03-12

1960년대 월남전쟁이 한창일때

삼대독자 겨우면한 귀한아들이었던
내 오빠도 월남을 갔었고

많은사람들이 살아돌아오지 못하던때에
오빠는 다행히 무사히살아 돌아오면서
생전 처음보는 온갖 신기한 과자종류와 야자열매 또
커피같은 문화적 식품을 가져다 주었어요,

또 귀국해서는 조그만 전축과 레코드판도 잔뜩 사서는
집으로돌아왔습니다.

주위가 병풍처럼 둘러쌓인 오지마을
하늘아래 첫동네인 내 고향엔 전기도 없었고 커피를 어떻게 끓이는지
어떻게 먹는지도 보지도 못한때였지요,

단지 커피에대해 아는 상식이라면

도시처녀들이 다방에서 맞선을보고 차를 시킬때
상대가 맘에들면 홍차를 시키고
맘에 안들면 쓴 커피를 시킨다는 정보가 전부였지요,

오빠가 전축에 건전지 약을 끼워고 레코드판을 턴테이블에 얹어
듣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음악을 일일이 설명해준 음악들은
지금도 잊을수없는 그리운 음악입니다,

부베의 연인, 황야의 무법자, 서부의 건맨, 모정, 파도를 넘어서,
등등,

그시절 유행한 영화음악들이었던것 같은데
오빠가 좋아하는 음악들이긴 했지만 그것들은

중학교때부터 도시로 유학간 자신에비해
학문이나 문화와 등지고사는 동생에대한 안타까운 배려로
전축을 선물로사주고 떠난것이지요,

굵은 모래만한커피 반쪽이콩만한커피 방법을모르는 커피들을
무쇠솥에 한바가지 넣고 장작불지펴 푹 끓여서

설탕도없던때라 사카리조금넣고 식구대로 한대접씩 퍼서
얼굴찡그리며 마셨습니다,

도시 사람들이 쓴 커피를 왜 먹는지 이해가 안됐지만
향 은 기막히게좋았던 그때

원두커피 한대접 마시며
고급 음악들으며 부지갱이로 아궁이 불지피고앉아
폼 잡던 시절이그리워서
오래된 레코드가게를 찾아 다녀보지만
내가찾는 레코드는 찾지못했네요,

그 전축을 최대한 크게 틀어놓고 쇠죽도 끓이고 디딜방아도찧고
마당도쓸고 저녁밥도지으며
잠든시간외에는 손에서 놓지않았었고

그많은 음악들을 그의 허밍으로 따라부를만큼
깊이빠져 음악을 좋아했는데
그동안 삶에 쫓겨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너무 멀리와버렸어요!

이제 기억마져 희미해졌습니다.
이제는 돌아갈수가 없어서 그래서 더욱 그때가 그리운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