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아카시아 꽃이 눈송이처럼 바람에 흩어지던날...
우린 하늘을 날고싶었지...
까르륵,까르륵~~~~
삐거덕 삐거덕 소리를 내며 우리의 웃음 소리를 하늘로 날리던
그 낡은 그네는...아직도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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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고...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가 묻어나는 봄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힐때면
우린 바람과 달리기 시합하듯 언덕을 향해 내달렸고...
바구니 하나가득 아카시아 꽃잎을 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하나가득 아카시아꽃을 따서 집으로 가지고 가면
엄만 그걸로 술을 담가 전혀 이쁘지 않은 큰 병에 담아두시곤 했지요.
어떤날은 너무 정신없이 놀다가 친구중에 한 아이가
언덕 둘레에 쳐놓았던 철조망에 엉덩이를 찔려
구멍이 뻥 뚫리는(그때 내눈에는 그 상처가 정말 구멍이 뻥 난것처럼 커 보였다) 상처를 입은적도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무렵에 우리가 살던 집에는 해바라기가 꽤 많이 피어있었는데...
어느 뜨거운 여름날 동생 녀석과 창틀밑에 쪼그리고 앉아
까맣게 익은 해바라기씨를 몰래 까먹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 집에 살때...엄마가 일을 시작하셨는데...
일찍 올거라며 나갔던 엄마가 해가 지도록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집에는 낡고 좁은 나무 의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 낡은 의자에 동생을 무릎베개해서 재우고 해가 다져 어둑어둑 해질때 까지...
엄마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습니다.
푸르스름한 어둠속에서.. 어리기만 했던 나...
그때...슬픔이란것이 어떤것인지...어렴풋하게나마..
느낄수 있었던 노을처럼 외로운,기억입니다.
또 다른 기억의 한자락...
마당이 넓어서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그집...
그집에는 특이하게도 철봉이... 대문 가까이 마당 한구석에 있었습니다.
그때는 몸이 가벼워 철봉위에서도 휙휙...날으던 시절^^
내 키보다 한참이나 컸던 그 철봉에서 어설픈 묘기를 부리던 나는...
그만...아무런 대책도 없이,순발력을 발휘할 일말의 여유도 없이
그대로 쿵!!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지요.
한동안 몸을 움직일수 없었고,난 이대로 내가 불구가 되는구나...생각했었습니다
그리하여 난 지금 내가 팔,다리 멀쩡하게 걸어다니는것에
너무나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난 "Elton jhon"의 "Tonight"을 듣고 있으면...
그날의 느낌이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나...
마음 한구석이 알싸하게 아파오곤 하지요.
13살...처음으로 친구를 좋아한다는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게해준
작고 여린...그 소녀와의 추억이 노래속에 고스란히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헤어진 그 친구는 내 기억속에
언제까지나 작고 여린 소녀의 모습으로 남아 그때를 더욱 그리워 하게 합니다.
그 이후 다시 만나기 위해 그 아이의 집까지 찾아갔었지만
다시 만날수는 없었지요.
교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노을은 너무나 붉은빛이어서...
하얀물컵에 새빨간 물감이 번지듯 내마음속에 번져왔습니다...
왜 하필 그때 난,창문을 닦고 있었을까...
왜 하필 그때, 흐르던 음악이 "Steel loving you"였을까
노을 만큼이나, 흐르던 음악만큼이나 강렬한 기억의 한 순간입니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땡땡이라는걸 쳐봤을 겁니다.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눈이 많이왔던 날의 유일한 땡땡이...
아마 난 무척 모범생이였나 봅니다...^^
그날...
눈이 하얗게 쌓인 비탈길을 친구들과 함께 뒷굼치에
불이 붙은것처럼 도망쳐 달려 내려가던 기억은...
그 당시 우리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대신하는 우울한 청춘의 삽화입니다.
그때...는 엽서 모으기가 취미였어요.
딱히 보낼곳이 없었는데도...너무나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엽서들을 고르는데 열중하곤 했습니다.
처음엔 책상서랍 깊숙히 모셔놓고 우울할 때마다 꺼내보곤 하다가
점점 낡아 모서리가 뭉개져 가는 엽서에 조바심이 생겨
비닐을 사다 다리미를 이용해 직접 코팅을 하곤 했지요.
살레시오...
그때 난...단지 신부님이 멋있다는 이유로 성당을 다녀볼까...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살레시오의 정확한 뜻도 모른채...우린 집과 학교를 떠난다는 기쁨만으로
한껏들떠... 풍선처럼 둥둥 떠다니는 17살 소녀였지요.
그때 우리..우정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상처내기에
열중해 있었고...때론 친구때문에 죽을수도 있다고 믿던
아름다운 나이였으며...
살레시오에서 잘생긴 신부님의 감미로운 말씀에 넘어가
촛불들고 서로에게... 사랑한다고,우리 우정 영원하자고 고백하던...순수한 영혼이였습니다.
학창시절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와
덕수궁 담벼락에 얼굴을 대고 벽이 뚫어져라 웃곤했다던
말씀하시는 입매가 너무나 아름다웠던 국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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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문득문득...떠오르는 추억들이 있고
그래서 모래벌판같이 외로운 날들을 견딜수도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것이 무엇이냐던 선생님의 질문에
"추억" 이라고 대답을 했던 먼 기억속의 친구...
살아온 만큼 추억이 뚜꺼워 지고 때론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흘러
먼지 쌓인채...기억의 저편으로 밀쳐두게 되더라도
어느날 문득...마음이 아파오는날...
두껍게 쌓인 먼지를 후~~~불어내는것 만으로
아픈 마음이 치유될수 있다면...
추억은 그냥 추억이 아닌 또 다른 오늘이 되어
내 모래벌판 같은 삶에 날개를 달아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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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더 힘껏 밀어봐!
엄마야~~~내치마 뒤집어진다~~~~
까르륵~~~꺄르륵~~~~꺄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