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9.8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오늘 유치원서 선생님과
추석 맞이 실습으로 만든 송편이 못내 아쉬웠던지
오자마자 송편을 만들어달라고 떼를 씁니다
그래서 좀전에 집에 있는 쌀가루로 반죽을 해 놓고
지금은 남비에다 팥을 삶고 있는 중입니다
팥이 다 삶아 지려면 제법 오래걸릴테니
그동안 아이는 장난감을
나는 여기 앉아 글을 쓰면서
각자 행복한 시간에 젖어봅니다
내일 큰집가서 먹을테지만 아이가 저렇게 만들고 싶어하니
재미삼아 만들어봐도 좋을성 싶어서요.
막상 송편을 만들려고보니
어릴적에 어머니랑 앉아 송편을 만들때가 생각납니다
작은 상위로 송편을 만들어
동그랗게 줄지어 놓았던 송편
엄마줄 나줄 따로 만들어
누가누가 예쁘게 만드나 내기 하면서 아무리 정성을 빚어 만들어도
엄마가 만든 송편 만큼 이쁘질 못해 속으로 심술도 나고
부럽기도 했었죠
그러면 그런 내 표정을 보시고는 엄만
"우리딸 이담에 시집가면 예~쁜 딸 낳겠네
저리도 송편을 예쁘게 만드니....".하시며 다정히 웃음을 건네셨죠
그 미소 한자락에 난 더욱 신이나서 반달송편 보름달 송편
오물조물 어찌나 재미나게도 만들었는지
그렇게 만들어 찌고 소쿠리에 담을때까지 작은추석을 왼종일
졸졸 엄마 치마자락만 잡고 보냈었지요
내가 만든 송편이 고들고들 맛나게 식어 한입으로 쏙 베어먹을 수
있을때까지 그 조마조마하고 신기해 하던 마음
그때가 지금은 영영 돌아올수 없는 시절이 되어버릴줄 그때는
몰랐지요.
지금 나는 다시 그때 그 셀레임을 내 아이에게 주기 위해
반죽을 하고 진보라색 팥 앙금을 걷어내어봅니다.
세상은 이리도 오묘한것인가봅니다
세월은 이리도 절묘한것인가봅니다
먼훗날 내가 다시 내 손자 손녀랑 마주앉아
그 앙증 맞은 손에 하이얗고 작은 반죽 한덩어리 떼어다 주며
오늘을 회상할 만 있다면
그 반짝이는 두눈을 바라보며 미소 띤 얼굴로
난 아마도 이렇게 말하겠지요.
" 우리 손주 이담에 시집 장가 가면 예~쁜 딸 낳겠네?
이리도 송편을 잘 만드니. "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