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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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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삶의 이야기 (18)


BY 영광댁 2001-03-10


시어머니.

버스타고 기차타고 버스타고, 짐차 타고...
뙤얕볕에서 신호 기다려 횡단 보도 지나고 ,멀게 서울에서 송정리까지 당일치기로 시댁을 다녀왔다.
날마다 손꼽아 갈 날을 기다렸건만 시아버지 기제일을 하루 넘기고 말았다.

늙은 시어머니는 몹시 반가워하셨다.
날 지나버렸는데 오고가고 힘들텐데 그만 말아라 하셨지만 그만 말 수가 없다.
구부러진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해 한번 일으켜 세워보고 다시 구부러지는 허리를
가지고 "내 새끼들 왔느냐."좋아 웃으신다.
틀니도 잊어버리고 겨우 몇 개 의지한 잇몸으로 함박꽃처럼 웃으신다.

힘들텐데 잘 살아 주어서 고맙다고.
어린 것들이 반찬없는 밥상에서 군소리 않고 밥 한 그릇 뚝딱 비웠다고.아이들 잘 키워주어서 고맙다고.
힘드는데 와주어서 고맙다고 ,자꾸만 고맙다고 하신다.

작게 작게 모은 돈을 용돈이라고 손에 쥐어드리면 너 살기도 힘들텐데 나까지 주느냐셨고,
어머니 몫이니 어머니것이라고.어머니가 아니라도 지나가는 누구라도 어머니들 몫이라고
꼭 받으시라고 다짐하면 참 부끄러워하며 받으시던 돈이 집으로 돌아와 보따리를 풀면 내 것도 같기도 하고 내 것같지도 않은 돈이 떡고물도 묻혀 나오고
대추에도 묻혀 나와, 자꾸 눈물을 쏟아내게 하시더니.
어제는 아들이 번돈이라며 돈을 드리니 암말않고 받아 주머니에 넣으시더니
돌아오는 기차안 아이들 주머니속에서 꼭꼭 접어서 나오는 돈이 또 돌아서서 눈물을 닦게 만들고...

누가 처음 세상에 나서 어머니 말을 만들었을까?
아이들 자라고 나이가 먹어갈수록 어른이 계시는 것이 이렇게 힘이 되는 것을 참 모르고 살았다.
내가 아직 부를 어머니라는 이름이 있고, 아이들이 부를 할머니가 계시는 것 얼마나 마음 든든한가.

어머니가 살았을 인고의 세월앞에 나는 가만 고개 수그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엄마가 되기를 다짐해보며.

어머니 오래 그 자리에 계셔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