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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통닭, 그리고 시집


BY dansaem 2002-01-28

저 자신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남들까지, 특히 남편까지도 그냥 넘어가면
조금은 서운한 것이 바로 생일이지요.

작년 생일에는
'아침에 미역국 끓여주겠노라'
큰 소리 탕탕 치고는
꿈나라 헤매느라 일어나지도 않더군요.
그리고는
'내년에는 꼭 해 주마'고
약속했었죠.

오늘이 바로 미역국 꼭 끓여주마던
그날이었습니다.
어땠을까요?
제가 남편 손에 미역국을 얻어먹었을까요?

천만에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요.

어젯밤에 작년 이야기를 하며
언질을 주었건만
오늘 아침 역시
이불 속에서 꼼짝을 않더군요.

평소에는 9시가 좀 넘어 출근하는 사람이
오늘 따라 7시에 나갔답니다.
그래도 신랑이랑 아침에 미역국이라도 한 그릇 같이 할려고
6시에 일어나 국 끓였답니다.

동절기, 5시에 퇴근하면(좋은 직장이죠?)
5시 10분 땡!하면 집에 들어오는
우리 땡돌이-
오늘은 7시가 다 돼서야 들어왔지요.

늦길래 전화 했더니
"뭐, 맛있는 거라도 사 갈까?"
합니다.
아침에는
"이따가 맛있는 거 사 올께."
하고 간 사람이.

"됐어. 안 먹어."
"그래? 알았어. 그럼 바로 들어갈께."

속으로 벼르고 있었죠.
참말로 그냥 들어오면 내 그냥 안 둔다!!!

근데...
한 손에는 장미꽃다발,
한 손에는 통닭,
그리고 통닭 기다리면서 들렀으리라 추정되는
서점 봉투에는 시집 한권!

그래서 그냥 한번 봐 주기로 했습니다.
님들!
이 정도면 한번 봐 줘도 되겠죠?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