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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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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끼니때만 되면 괴롭다.


BY 수련 2002-01-28

오늘 아침 나는
착한 아내마냥 공손하게 남편을 배웅하고는
문닫자 마자 뒷통수에 대고 온갖욕을
다하였다. 대통령도 안볼때는 욕하는 세상인데..

아침밥상에 올라온 반찬중에 김치만 빼고는
저녁밥상에 올리지 마라고 인상을 썼다.
아직 많이 남았는데 어쩌라고.

김치,젓갈빼고는 두번까지는 봐주지만 세번째
올라오는 반찬은 손도 대지 않는다.
어제저녁 먹다남은 찌개,국은 물론 '노'다.
남편과 살면서 제일 힘든걸 얘기하라면
서슴없이 단연코'반찬투정'을 꼽는다.

오죽하면 전날 제사를 지내고 나서
아침에 당연히 제사나물에 탕국을 먹어야 하는데
자기전에 미리 '내일 아침에는 제사음식 안먹는다'라고
엄포를 놓는다.

뭐든 주는대로 암말 않고 잘먹는다는
이웃집 남편들이 너무 부러워서
'누구엄마야! 하루만이라도 신랑 바꿔서 살래?' 농담도 할까.

겨울에는 국 한솥 끓이고 밑반찬을 해놓고 한,두어가지만
새로 만들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끼니때가 다가오면 노이로제에 걸릴때도 있었다.
그 뿐인가,맛을 가지고도 트집을 잡기 일쑤다.

유치원생도 못한다하면 주눅이 들려 더 못하고
잘한다고 칭찬해주면 신이나서 더 잘하는데
반찬마다 젓가락으로 툭툭치며 맛이 없다고
하니 다음에는 더 맛있게 만들어야지 싶은 마음이 안생긴다.
살면서 손으로 꼽을만큼 칭찬에 인색하다.
정말 밉상이다.

막상 시장에 가면 뭘해먹을까 몇바퀴나 돌다
한아름 장을 봐와서 펼쳐보면 정작 해먹을게
별로 없다.
저녁 찌개거리,낼아침 국거리,밤참까지...
장보러 가는것도 고역이다.

식구도 단출하게 둘 뿐이니 장에 가서
반만달라던지 조금만 달라하면 남의 속도 모르고
아주머니들의 눈총이 꽤나 따갑다.
그래서 요즘은 장날에는 잘 나가지 않고
백화점마트에서 포장해놓은걸 사온다.

밥상위의 반찬이 신통찮으면
남편의 18번이 나온다.
'집에서 당신이 할일이 뭐있나.소득없이
돌아다니지 말고 남편을 위해서 오늘은 뭘 맛있는걸
만들어 볼까. 그 궁리나 하지'
반찬투정할때마다
나오는 문구지만 들을때 마다 속이 뒤틀린다.

나는 남편의 말한마디에 그저 '예,예'한다.
궂이 따지자면 그말도 맞는말이니까.
집에 노는 여자로서 기가 죽는다.
'먹기 싫으면 먹지마.사람이 밥만먹고 사냐?'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입안에서만 맴돌뿐 내뱉지는 못한다.

남편하고 싸우면 나는 못이긴다..긴 세월을 사는동안
이길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보아도
이길재간이 없다.
스스로 터득한건 '지는것이 이기는거다'도통한 도사처럼
위로하며 산다.

아마 지금쯤 남편 귀가 간지러울꺼다.
실컷욕하고 흉보고 나니 좀 풀리는데
오늘 저녁 반찬은 또 뭘하냐,아이고 괴로워.

냉장고안의 반찬그릇들을 비워내면서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안먹고 사는 방법이 없을까'

그러면 죽어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