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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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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에-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BY 푸른 하늘 최윤빈 2002-01-27

비오는날 비오는 날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에 있습니다

 

 

* * * 겨울 숲 * * *

 
-- 복효근



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 쥐고 체온을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 샌가
수많은 그대와 또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

 

      

비오는 날에-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비오는 날

 

 

  메일을 열었다.

비가 내렸습니다라는 제목의 칼럼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그냥 지워버리려다가 왠지 그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열어보았다.

역시!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옛날만큼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솟아오르지는

않지만 여전히 비가 내린다는 건 좋습니다.

가만히 창가에서 들리는 빗소리는 더욱 좋습니다.

 

  그때 갑자기 '아! 오늘 비가 왔었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들어왔다.

아침에 비 때문에 우산을 받쳐들고 나갔었는데, 출근할 때쯤엔 그쳐있어서 잊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그와의 거리를 확인하는 것 같은 씁쓸함에 웃었다.

의식도 하지 못한 채 머피의 법칙이 통하는 것 같은 날에 짜증을 풀어놓고 있던 터였는데, 역시 비오는 날이었다.

나에게 끔찍한 기억들만을 불러다 들여주는 비 내리는 날.

 

  난 늘 태양이 좋았다. 그 화사한 햇살을 받으며 걷는 것이 좋았고, 따가운 여름의 햇볕도 결코 싫지 않았다.

추운 겨울을 싫어하는 만큼 태양을 며칠 못 보는 날이 계속되면 어느 샌가 우울증에 사로잡혀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한 번 그와의 거리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말했었다.

이젠 비가 싫다고.

그냥 내가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그가 좋아하던 비를 싫어하게 되었었다.

진심으로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서로를 위해 자신의 것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것.

 삶은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살아가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도 기꺼이 싫어할 수 있었던 그 고마운 마음만을 남긴 채 사랑은 변한다.

아니 어쩌면 더 솔직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더 멋있어 보이려던 가식의 옷을 벗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

결국 자신의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그러면서 그런 변화에 다시 서러워하고   

 

슈렉이라는 비디오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아름다운 공주와 멋있는 왕자의 만남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려는 영화의 시도는 결국 괴물과 못생긴 공주의 교감으로 끝을 낸다.

 결국 그런 것인가 잘난 사람은 잘난 사람끼리 못난 사람은 못난 사람끼리 살아야 행복하다는

 악어의 강이라는 동화에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다가 결국 시기를 놓친 남자는

자신도 여인과 같이 악어가 되어 같이 사는 방향을 택한다.

새삼 아이들은 도저히 그것을 이해 못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그런 걸까? 같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이 사랑인가?

 같은 사람끼리 같은 걸 느끼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다. 친구처럼

하지만 같지 않으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건 더 대단한 일이 아닐까? ?b

  오늘도 눈이 왔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며 어디론가 달려가고 싶었지만 아침부터 바쁘게 매인 몸이었다.

다섯 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내려오니 벌써 눈은 비가 되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저 비를 보며 또 감상에 젖겠지. 알 수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하는 생각이 따라온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비를 같이 즐겨줄 누군가가 필요한 만큼 비가 오는 날이면 왠지 우울해지는 아내 생각도 잊지 않으리라는 것을.

 가식으로 포장하는 일치감보다는

다른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더 큰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오늘 밤 저 비에 실어본다.

 

 

 비오는 날에-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이제 55일이 남았습니다.

 턱까지 차오는 숨에 하루하루가 지리하기만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살고 있는데도 날짜는 더디가고 있는 듯한 묘한 날들입니다.

 아이를 위해 따로 준비하지 않고 살고 있다는 점이 무척 아쉽기는 하지만 바쁜 일상이 다 도움이 되어줄 거란 기대로 위안을 삼습니다.

 오늘은 눈이 내렸지요. 왠지 내 인생에 내리는 눈발처럼 느껴지는 날이기도 했더랍니다. 눈이 오면 어떠하고 비가 오면 어떨까요?

 중요한 건 인생의 중요한 그림을 지금 우리가 그려가고 있다는 거지요. 때론 힘겹게, 때론 아주 쉽기도 하겠지만 여전히 그려나가야 할 그림들.

 바램이 있다면 아름다운 그림이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나중에라도 지우고 싶지 않을 그런 소중한 그림

 여러분들도 아름다운 그림 많이 그리며 사시길 바랍니다. 여유있으면 그런 그림들 서로 보여주기로 하구요. 나날이 행복하시길

  흐르는 노래는 김종국의 <행복하길>입니다.

 

 

 

윤빈이의 <가찌 쥑이기>로 가시려면 여기를 눌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