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지기 절친한 친구가 있다.
오늘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로 안부를 물을 여유도 없이..그녀는 대뜸...
"나 말야,정말 결혼해도 될까?"
또 시작이다...
그녀 나이 서른.
작년에 만난 네살연상의 남자와 1년 3개월째 교재중이다.
그를 만나고 부터..오늘까지..
그녀는 결혼에 대해 확신이 안선다며 지겨울 만큼 나를 붙들고
안절부절이다.
"이나이 되도록 기다렸는데..이왕이면 정말 좋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말은 그럴싸하지만..아마도 속내로는 노골적인 조건을 따지고 있다는걸 내 모를리 없다..
"야, 좋은 남자가 아니라..완벽한 남자 아니니? 경제력 ,성격,외모
직업...좀 솔직해져라.."
나의 정곡을 찌르는 표현에..수화기 저편으로..호호호
그녀의 당황스런 웃음소리가 맴돈다...
"그래..니말이 맞다..참 이상한게..나이가 들면 그런것에 초월해서
사람하나 진국이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따지게 되더라...
늦은 결혼이니 만큼 다 갖추고 시작하고 싶은거 있지..."
어디 비단 그녀뿐이겠는가....
예전에는..
가진건 궁색해도 서로 사랑만 하면..
두 사람 힘모아 마음모아..조금씩 살림 불리는 재미였다지만..
이제는 세상이 참 많이도 변했다.
사랑하는 마음이야 살면서 만들면 되는 거여도..
경제력 없이 출발하는건 용서가 안되는 거다.
경제력 뿐인가..
완벽한 외모에 유모어도 풍부하면 더할나위 없겠지...
아무리 결혼은 현실이라지만...
조금 빈구석이 있어도..용기를 내볼 만큼의 애정도 없이...
조건만 따져가며 결혼이란걸 굳이 해야하는건지...
"나 어쩌면 좋을까..."
그녀는 또 내 대답을 기다린다.
이번에 말해줘도 또 전화는 올것임을 나는 안다.
다른 날 같았으면 사람은 좋으니까 결혼하라는둥...
온갖 레파토리로 열변을 토했겠지만...
이젠 나도 지쳤다...
"어떻하냐구? 좋은 방법 있는데..갈켜줘?"
수화기를 바짝 귀에 대고서 숨을 죽인 그녀에게...
"결혼은 아무나 하니? 그냥 혼자 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