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시작되자 마자 할머니댁으로 간 두 공주님들이
도무지 집에 올 생각들을 안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이 달디단 곶감을 하나씩 빼어먹듯
재미가 쏠쏠한 모양이다.
그 사이 주말에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몇번 보고 왔지만
왜 그리도 오래 못본것만 같고, 내 마음이 이리도 허전한걸까?
아이들이 없는 집안은 온통 텅빈 절간 같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큰 공주님은 얼마전 이 엄마에게
연필로 반듯 반듯 써내려간 글씨로 편지를 보내왔다.
전화로 몇번이나 편지를 받았느냐고 확인해 가며 ...
아마도 편지를 받으며 기뻐할 엄마의 얼굴을 떠올렸는가보다.
어느새 이 녀석이 이렇게 자라서 편지라는 걸 쓰는구나 ...
편지를 읽으며 내심 흐믓한 미소를 머금고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내게 가져다 준 기쁨의 크기와,
그동안 내가 그 아이에게 못다 준 어미의 사랑을 생각해 보았다.
애써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편지 잘 받았노라고 무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엄마에게
아이는 답장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사표시를 확실히 해 온다.
"그래 그럴께 ..."
쉽게 대답을 했지만 편지는 그렇게 쉽게 쓰질 못하였다.
며칠을 그냥 보내고 아직도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떠올리며
큰 공주님, 작은 공주님 앞으로 각각 1통씩의 편지를 쓰기로 한다.
키가 크고 마른 빼빼로 첫째 공주님에겐 밥 많이 먹고, 운동 많이 하고
건강히 지내라는...
덩치하면 한 덩치하는 우리 둘째 공주님에겐 늘 넉넉한 마음씨처럼 언니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
메세지를 담은 편지를 ...
그러다 보니 곁에서 아이들 돌보아 주시는 시부모님께도
편지를 한통 보내드려야 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평소에 갖고 있던 며느리의 마음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며느리가 아닌 딸의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약간은 쑥쓰럽기도 했지만 그간의 아이들을 보살펴 주신데 대한 고마움을
글로 표현했다.
며칠뒤 큰 공주님의 낭독에 의하여 읽어져 내려간 편지에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 했다고 할아버지께서 그러셨단다.
아이들에게 쓴 편지의 내용 중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셔서
이렇게 추운 겨울날 너희들끼리 점심 챙겨먹으며 지내지 않아도
편안하게 공부하며 지낼 수 있는 것에 대하여
아주 많이 감사해야 할 부분이란 걸 너희들이 알아주길 바래 ..."
아마도 그런 마음을 나는 그분들께 꼭 전해 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썼던 것 같다.
모든것이 빠르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아주 가끔씩은 말로 다하지 못하는 마음속 이야기들을
편지로 써보면 어떨까?
문명의 이기에서 조금쯤 벗어나서 그 옛날의 향수를 떠올리며
마음을 전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우리가 흔히 말들 하는 "효는 이러 이러 해야 한다"라는 이론보다는
실제 생활에서 체험적으로 보여주는 학습효과는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듯 하다.
엄마가 갖고 있는 좋은 마음을 아이들에게 자주 보여줄 수 있는 것과
사소한 사랑의 표현에 익숙해지며 산다는 건
먼훗날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아주 좋은 추억꺼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여러날들을 떨어져 지내면서
나는 다시금 내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으며,
아직은 조금 이른 바램일지는 모르지만
아이들도 엄마, 아빠의 그늘이 얼마나 편안하고 따뜻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으면 싶다.
아이들에게 난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그런 엄마로 살고 싶어서
난 오늘도 이게 아니다 싶은 일이 있어도 모두 참아낼 수 있는
인내력을 키워가는 중이다.
오늘따라 우리 이쁜 아이들이 아주 많이 눈에 아른거린다.
다시 만나는 날엔
더 많은 사랑을 주는 어미가 되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