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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철쭉'


BY namu502 2002-01-23


소나무아래 절재된 모습으로 있는 철쭉이 때이른 꽃을 피우고 있다.
붉디붉어 선홍빛에 가까운 꽃이 한송이 두송이 세송이째 봉오리를 맺고 있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았다.
꽃잎이 단 것일까?
작은 벌래들이 오밀조밀 파고들고 있다.
'가렵기도 하겠다.'
징그럽고 근질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얼른 분무기를 찾았다.
물뿌리게로 뿌리기전에 아들녀석보고 유리관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몇마리 채집 해서 현미경으로 보라 이르고 열심이 물을 뿌려 벌래퇴치에 온힘을 다했다.
녀석들 꽃도 어지간히 뜸들이면서 보여준다.
한송이 피고 지면 다른송이가 피고,
지면 또피고.
절재된 모습으로 날 목마르게 하여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다른 철쭉나무하나도 그렇게 하여 팔월한달을 재외하고는 일년내내 꽃을 피워 내 사랑을 독차지 한다.
하지만 이 나무는 봄에 한번에 만개하여 사그라지고 말던 나무인데 일년내내 내 눈길을 잡아두던 다른 철쭉이 부러웠던 것일까?
이번에는 그렇게 만개하여 피워주지 않을 모양이다.
하기야 시샘이 날 만도 하지.
내자랑이 어지간 했어야지.
내친구가 어느날 우리집에 놀러와서
'이 철쭉이 그 철쭉이구나?'할정도 였으니.

내사랑을 한몸에 받던 철쭉은 지금은 자그마한 꽃한송이를 피우고 조금은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마도 똑같은 모습일터인데 내눈에 더 화려한 꽃이 들어오는 까닭인게지.
세상의 이치가 이럴까?
아니면 내가 간사한걸까?
좀더 화려하고 생생한것이 눈에 띄고 사랑스러운것이.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닌것 같다.
묵묵히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소나무도 좋아보이고 변할줄 모르는 '난'도 좋아 보이는것을 보면.
화려함에는 그 화려함을 잃어버리면 더이상 관심이 가지 않지만 자태의 아름다움은 아마도 항상 눈길을 끄나보다.
그러나 역시 화려함도 아름다운 자태도
더불어 있어야 세상이 더 아름다운것이 아닐까?

저 꽃이 소나무 아래에 있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