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살아 있다> "자기, 나 내년에 방통대 가서 국문학 공부 할까봐." 어제 저녁 내가 남편한테 한 말이다. 수필강좌에 가져갈 글을 쓰는데 영 신통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정보지에서 수필강좌를 보았을 때 난 두번의 망설임도 없이 신청해 놓았다. 만약 희곡이나 평론이었다면 여러번 생각을 하다가 말았을 일이지만 수필이란 별 어려움 없이 쓸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번 수강을 해보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보통 수필이란 붓가는 대로 쓰는, 쟝르에도 취급하지 않은 신변잡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수필이야말로 쟝르 중에서도 제일 힘든 쟝르란걸 알았다. 자칫 잘못하면 말장난이 되거나 단어 선택을 잘못하면 품위가 떨어져 글의 품격을 떨어뜨리게 되어버린다. 꽁트나 소설에서야 글의 품격에 상관할 필요가 없지만 수필이란 글쓴이의 품위를 나타내는 글이기 때문이다. 모르고 쓸 때에는 부담감 없이 쓸 수가 있었는데 조금 배우고 나니 영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서 남편한테 그 말을 한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국문과가 아니고 전산과 였었는데... 홈페이지 작업을 하다보니 컴퓨터에 대해서 깊이 공부 를 하고 싶단 생각을 했던 것이다. 포토샵이나 플래시도 배우고 웹디자인도 배워서 멋지게 홈페이지도 꾸미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한테 성의껏 알려주고도 싶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난 '일본어 능력 1급 자격증'이 있지만 집에서 살림만 하다보니 많이 잊어버려서 공부를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 기분에 "자기야 나 사실은 일본어도 다시 하고 싶어. 그래서 2002년 월드컵 때 자원봉사도 하고 싶은데..." 하니 남편은 "당신 하고 싶은 것도 참 많네." 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나 피아노도 하고 싶고 영어도 하고 싶고 수채화도 하고 싶은데... 왜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지?" 하자 남편은 빙긋이 웃는다. 참으로 내 가슴속에 이렇듯 많은 욕망들이 꿈틀대고 있는 줄 몰랐다. 그 동안 아이들을 키울 때는 그게 최선의 길이었기 때문에 무엇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었다 올해부터 아이들로 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자 물을 만난 물고기가 된 듯 스무살 적 열정이 되살아 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렇게 말을 다 해놓고 나니 수입은 뻔한데 나의 발전을 위해서 아낌없이 지원해 주고 싶어 하는 남편의 맘을 아프게 하는 건 아닌가 하여 말꼬리를 돌렸다. "일본어는 집에 있는 책으로 하면 되고 영어는 사 놓은 테이프로 하면 돼." 하고 말이다. 비록 내 나이가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내 가슴이 욕망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난 위안을 삼는다. 결코 내 욕망이 욕망으로 끝나지 않을 자신을 믿기에... 고등학교 시절 방황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지금쯤 나는 연구실에서 학문연구에 몰두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비록 학자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나의 발전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할 나 자신을 믿고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