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그리고 검은 파카와 갈매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도 포근한 이불 속 잠에서 행복을 꿈꾸고 있을 새벽.
이 곳의 어판장은 입항하는 뱃 고동소리와 생존의 아귀다툼소리가
뒤범벅이 되어 인간들의 살아 남기 위한 안간 허덕임으로 내뿜고 있다.
새벽을 여는 이 포구.
언제나 태양이 떠오르기 직전이 가장 낮은 체감온도를 느끼게 한다.
그리기에 우리 경매사들은 겨울에 언제나 검은 파카를 즐겨 입는다.
다른 물색의 옷은 될수있는 한 못 입게 판매과에서 원하기 때문이다.
거의가 수화로 가격을 결정하는데 유색으로 반사된 옷의 색이
손의 색과 조화를 이루면 아마 앞에서 가격 판단하기 곤란한가보다.
그리고 또 파카를 입는 이유 중 하나는 잠바와 달리 허리를 감사서
바다 바람을 막아 주기 때문이리라..
이 곳은 봄과 가을이 너무 얕고 긴 겨울과 무더운 여름만 늘 있는 감을 준다.
언제나 추운 겨울의 연속이고 바다에 물 안개 피어오르는
봄은 잠시 만끽도 못한 체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 가 버리고
무더운 여름을 맞이해야 하지 않는가...
오늘도 나는 검은 파카에 3번이란 넘버를 단 검은 모자를 쓰고
경매장을 바쁜 종종 걸음으로 줄달음친다.
어선들의 새벽에 잡아 온 활어는 연거푸 경매에 붙어져
이름도 나선 활어차 주인이게 인수 인계되고....
아주 큰 트롤어선 한 척이 수많은 갈매기 떼를 동반하고 입항한다.
아주 작은 사이즈의 멸치를 만선하여 의기 양양하게 뽐내며 들어왔다.
은빛 색깔을 한 멸치는 아마 누구의 손에 의하여 남해에 젖 깔 공장으로 갈 것이다.
나는 판매과에 부탁하여 그 멸치 한 가구를 구입했다.
봄 태양에 잘 건조하여서 우리 가게 손님들에게 고추장에 찍어 드시게 하고 싶어서이다.
아들넘의 귀잖아 하는 소리를 무시한 체 우리 활어차에 실어라고 하고...
그리고 한 참을 분주히 일을 하다 무심코 우리 활어차 위를 좀 보소!
아이고 저를 어찌 할 것인고......
동해바다의 모던 갈매기가 우리 차 위에서 구라파 전쟁이 났구나..
밤새 배고팠던 허기를 채우기 위하여 먹이를 발견한 갈매기 떼가
얼씨구 좋아라 하고 다 모여들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후리처도 갈매기는 높은 차 위에서 '니 아무리 그래 봐라'하는 식의 똥배짱이다.
좀 떨어진 곳에서 구입한 활어를 인수 인계하는 아들넘을 휴대폰으로 속히 불렀다.
"야! 현아 큰일났다. 빨리 우리 활어차한테로 오너라"
"와요? 차가 빵꾸나서 무슨 이상 있는교?"
"아이다. 갈매기가 우리 멸치 다 물고 간다"
"아이고 어마시요, 갈매기도 좀 먹고살아야지요,배 채우게 놔 두이소"
"야! 이 미친넘아, 돈 주고 쌌다. 빨리 못 오냐."
달러 온 아들넘이 차 위에 올라가서 갈매기를 ?아 보낸다.
거짓말 약간 보태서 멸치 반 이상을 갈매기 밥으로 보태 주었다.
굳이 황금으로 따진다면 한 가구에 2만오천원을 주었으니
적잖게 배추 잎 한잔을 갈매기 양식으로 먹어 보지도 못한 엿으로 바꾼 셈이다.
그런데 속이 상해야 하는데 어찌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는 이유는 왜 그럴까.....
그래 조금이라도 가진 내가 아무 것도 못 가진 갈매기 너희들에게 나눔이야..
그렇게 추워서 온 몸을 움사리게 했던 새벽.
저 찬란한 태양을 떠올리기 위한 전야제의몸부림 이였던가?
서서히 체감 온도는 올라가고 아침이 밝아 오누나.
내 머리 위에 태양이 머물 무렵 모던 경매는 끝이 나고
나의 고객들에게 또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면서 활어 차들을 각지로 힘차게 출발시킨다.
비록 오늘 우리의 삶이 힘들어도 또 다시 도전해보자는 뜻으로..
그리고 조심해 가리고 두 손을 흔들어 준다..
이젠 어판장에서 나의 임무를 마감하면서 머리에 쓴 모자를 벗는다...
그리고 이제 끝 느끼지 못했던 배고픔과 나련 함이 엄습해 오누나..
그래 휴식 할 수 있는 나의 집으로 빨리 가기 위하여 나 역시 서둘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