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은 분명 우시고 계셨다. 목소리에 눈물이 가득 전해져 왔다.
그랬다. 아버님은 우시고 계셨다. 늘 당당하고, 늘 강인해 보이셨던
그래서 결혼생활 십칠 년을 맞이한 며느리에게 한 번도 나역함을 보이시지 않던 아버님은
한 분밖에 남아 있지 않으셨던 이 땅의 마지막 친구분을 산에 묻고 내려오시면서 그렇게 우시고 계셨다.
여든두 살이신 아버님의 연세는 많은 세월을 함께했던 친구분의 죽음이 커다란 이별이셨으리라.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배고픈 절망과 함께 나누었던 일상사의 기쁨들이 긴 연륜을 통해 사랑과 우정의 골이 깊으셨으리라...
건강하셨던 아버님의 친구분은 우리 부부를 참 많이 사랑해 주셨었다.
아내를 이십여 년 빨리 하늘나라에 보내시고도 아주 깔끔하게, 아주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사시다가 일 년 전 암 선고을 받으셨고, 끝내 당신은 자신에게 다가선 병명을 알지 못하시고
자녀의 효를 맘껏 받으시고 그렇게 커다란 고통 없이 세상에 남겨진 많은 이들과 이별하셨다.
사람들은 호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축복이라 했다.
그러나... 국화꽃에 가득 쌓여 웃고 계신 아버님 친구 분의 영정 앞에서 난 자꾸 눈물이 흘렀다.
양가에 두 어른 모두가 살아 계신 지금 앞으로 피할 수 없을 이런 일들이 미리 슬퍼져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아버님 친구 분은 오래 살고 싶어 하셨다.
하나밖에 없는 당신의 외아들이 태어나면서 다리의 장애가 늘 가슴 아프셨던
그분은 며느리에게 많은 힘이 되시고자 참으로 열심히 사셨다.
딸들이 주는 용돈을 모아서 아들네를 돕기도 하셨고, 늘 일을 가지셔서
당신이 건강하게 살아 계심을 보여주곤 하셨다.
살만큼 살았다는 그분의 생애가 새삼스레 삶의 연륜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버님은 한참을 그렇게 상실감을 느끼시리라.
\"이젠 내 차례지 싶다... 잘 갔지..그럼 잘 갔구 말구... 나도 빨리 가야 할 텐데 말이야...\"
강한 부정에서 아버님의 삶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래 사세요... 건강하게 오래도록 옆에 계셔주셔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