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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시험


BY ps 2002-01-22

아들의 15살 생일을 맞아 저녁을 끝낸 온 식구가
큰 초 한개와 작은 초 다섯개가 꽂힌
생일 케익을 가운데 두고 둘러섰다.

흐뭇한 미소를 가득 머금은 사랑스런 얼굴 !
지 엄마 아빠보다 훌쩍 커버린 녀석을 보며
엄마 아빠도 흐뭇한 마음이었다.

"Happy Birthday to You.....
..............
.... Happy Birthday to You~~~~"


노래가 끝나고...
마음 속으로 소원을 빈 뒤...
촛불을 꺼야 할텐데,
갑자기 아들이 엄마 아빠를 돌아보며 말한다.

"엄마, 아빠, 요번 소원은요,
빨리 운전연습해서 운전면허를 따는 거예요!"

"운전면허를? 벌~써??"

'벌~써'가 아니었다.
15살이 되면 필기시험을 칠 수 있고, 16살이 되면 정식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는 걸 잘 아는 녀석이 때가 되자마자 지 마음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틀 열심히 공부를 하더니 아들은 필기시험에 붙었다.
'평소에 학교 공부를 그처럼 열심히 한다면
전교 일등은 식은 죽 먹길거다!'라는 엄마 아빠의 반 농담을
'히~히~'라는 말로 웃어넘긴 아들은 실기연습 역시 열심이었다.

운전학교에서 12 시간 교육을 받고,
아들은 가슴 졸이는 엄마를 옆에 앉힌 채, 등 하교를 직접 했다.
그리고 내릴 때마다 엄마에게 꼭 한마디 씩 했다.
"엄마, 나 잘 하지?"
"그~으래!"

몇달 후, 궁금해진 아빠가 엄마에게 물었다.
"아들의 운전솜씨가 어때?"
"가슴이 조마조마한데, 지 누이들 보다는 난 것 같아."
"다행이군" (나도 당신이 모는 차를 타면 가슴이 조마조마해! ㅋㅋ)

아들의 16살 생일을 며칠 앞둔 어느날
아빠는 아들의 운전솜씨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아들, 네가 운전하는 차 한번 타보자!"
"녜~엡!"

조심조심 동네를 한바퀴 돌고나서, 아빠는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네 엄마보다 낫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들의 실기시험이 있는 날, 엄마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아빠가 출근하면서 뭐라고 한 것 같은데 도통 기억이 안나고,
아들의 학교가 끝날 때까지 아침을 먹었는지 점심을 굶었는지 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시험장으로 가면서 엄마는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몇마디 해주고 싶었다.
"너, 평소대로 하면 꼭 붙을거다."
"마음을 푹 놓고 긴장을 풀면 실수하는 일 없을거다."
"정지신호에서는 적어도 3초 이상 서 있어야 한다."
"......"
계속 뭐라고 하는 엄마를 돌아보며 아들이 한마디 한다.
"엄마, 자꾸 그러니까, 내가 더 불안해지는 것 같아요.
조용히 하세요. 운전중 이니까..."
"그래!"

시험장이 보이자
불안한 가슴 누르며 잠잠히 있던 엄마가 기어이 한마디 더 보탠다.
"너, 오다 보니까, 너무 빨리 운전하는 것 같더라.
그러면 떨어지니까, 천~천~히 하도록 해라!"
"알았어요. 엄~~마!!"

조급한 마음에 조금 일찍 퇴근한 아빠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떨어졌어요."
"떨어져? 왜?"
"......."
"뭘 잘못했니?"
"제한속도 시속 45 마일 구역에서 25 마일로 갔어요."
"아니, 왜???"
"엄마가...시험 직전에...
너무 빨리 몰지말고 천.천.히 몰라고 해서..."


(황당해진 아빠는 아들이 이 험한 세상에서 어찌 살아갈지?
무척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