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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BY nali 200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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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야트막한 야산이 하나 엎드려 있는곳.....그 야산 둔턱엔 몇개의 묘지가 앉았고 ......야산자락을 깔고

초가집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 동네에서 유년 시절을 났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저 멀리 와룡산이 (개구리소년으로 유명한) 우뚝 서서 기지개를 하고

와룡산과 우리집 사이 꼭 그 가운데 기찻길이 있었다

봄이면 철뚝옆 햇살자락이 쫙 깔린 곳을 뚫고 튀어 나오던 냉이

....그놈들을 언니들과 캐러 다녔다

72년 봄 동네 언니? 혹은 친구? 확실히 기억은 없지만 암튼 두어명의 여자 아이들과 10살의 내가
철뚝옆에 앉아 냉이를 뜯고 있었는데.....

옆으로 기차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지나가는 것이었다

늘상있는일....... 우린 태무심......

그런데 기차가 섰다! 그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냉이 바구니를

팽개치고 달려가는 아이들.. 저만치서...엄청난 거인은 길게 누운체로

우리를 기다렸고 거인의 몸 속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아 ! 피비린내......

거인에게 채 가기도 전에 우리는 비릿한 피비린내와 맞닥드렸고

멈칫 걸음을 멈춘 순간 우리 발아랜 선홍색 피들이 ......

그리고 살조각들이....있었다

어쩌다 나는 산산이 부셔진 주검의 한가운데 서 있었는지...
...
두려움으로 내려다 보는 발아래 개미들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저리 가거라:

기차에서 내린 철도 공무원들이 나무 젓가락으로 사방으로 흩어진 시신 조각들을 수습하며 밀어내어서야 나는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여자 아이야! 여기 여자 아이 고무신이 하나 있네"
"아이 불쌍해 어쩌다 혼자 이런 곳에서........."
사람들은 혀를 찼고
대충 수습한 주검위에 거적하나 덮어 놓고 기차는 가고

우리도 집으로 왔다 . 오면서 무슨 이야길 했던가.....?

"귀신이 끌어당긴대 우리는 이제 기차가 오면 멀리 달아나자."

.그날밤 꿈을 꾸었다 혼자 철길을 걸어 가는데

철뚝옆 풀숲을 어떤 여자 아이가 헤치며 돌아 다니고 있었다

'뭘찾는데?'

나의 궁금한 질문에 여자아이가 ....얼굴이 동그란 단발머리 여자 아이가 돌아보며 말하였다
"내 신발..... 하나가 없어."
"내가 찾아주까 신발이 뭔데?"
"응 하얀 고무신"

그 아이와 함께
키작은 아카시아와 이름 모를 잡풀사이를 뒤지는데

문득 아!이아이가 낮에 죽은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무서움은 커녕 안스러움이 가슴에 차는데 그애가 말하는 것이었다
"내는 가봐야 하는데.. 니가 좀 찾아줄레?"

"그래 꼭 찾아주께"

그리고 잠이깨었다 .깨어서는 어찌나 오싹하던지 ....

나는 한동안 그 철길 옆에 가질 못했다 ..어찌 기차 사고가 그것 뿐이었으랴

열번도 넘게 본것을.....

좁은 마을에 기차 사고라는 말만 떨어지면 온 동네 사람들이 구경나가던 그시절.. 엄마 손잡고 나도 열번은 더 갔건만

그 아이가 내꿈에 나타난 사실이 날 철길에서 밀어내고 있었다

73년 봄,,, 기억속에서 그 아이가 사라지고... 언니들과 철뚝으로 냉이캐러 간 나....내눈에 쏙 들어온 것이다..

그기 철둑 아래 흙더미에 코가 묻힌 하얀 고무신 하나....

나는 흙을 탈탈 틀어 그 아이의 시신이 누웠던 자리, 그곳에

놓았다 ,고무신을 비추던 눈부신 햇살...

그리고 그 날 밤에 그 아이가 꿈에 보였다

"니 뭐 갖고 싶노?"

답례하겠다는 뜻이었다
" 피아노!"
티브이도 우리 동네에 하나 뿐이던 시절, 학교에나 있던 피아노를 소리친 나였다

" 그래 나중에 주께 꼭 주께 안녕..."

그리고 28년.

두달전 .. 시장에 갖다 와서 키로 대문을 열고 들어 서는데

왠 여자 아이가 마당에 서 있는 것이었다

" 너 누구니?" 묻다가 아 ! 생각난 얼굴 ..바로 그 아이였다

그런데 아이는 씩 웃더니 담밖으로 휙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서 께니 꿈이었다

낮잠을 자던 중이었다

깨는 순간 울리는 전화벨 소리/////////

"여보세요? 아, 00시 댁이죠? 축하 합니다 이번에 응모하신 글이

대상에 걸려서 피아노가 되셨네요'"

.................


유년 시절 ...내가 본 ,혹은 보지 못한 ,

그 철로의 모든 희생자들, 특히 이름 모를 너의 명복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