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면
하얀 꽃망울을 터트린 매화가 예쁘다
그 옆에는 노란 산수유가 꽃을 피우고
새빨간 동백은 노란 꽃술을 드러내고 벌들을
유혹하고 있다.
햇살이 하도 따뜻하여
이렇게 봄은 오고 있나보다
머지않아 환한 벚꽃을 볼수 있겠구나
하며 하늘을 바라보았었다
근데..
이게 웬일
하늘에서는
매화꽃잎같은 눈송이가
하얗게 쏟아져 내리게...
친구 결혼식에
가야하는데..
봄옷을 입나
겨울옷을 입나..
그러다 봄옷을 입고 길을 나섰다.
부산을 벗어나
양산을 들어서니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눈이 하얗게 쏟아지고 있었다.
이제 하늘은 맑음.
다시 하늘에서는 무시무시한 바람과 눈을 쏟아내고
다시 하늘은 맑고
이렇게 반복되는 고속도로의 날씨
친구의 힘겨운 인생만큼이나
결혼하는 날의 날씨도 변덕스럽고 고약한겐가
씁쓸함과 안타까움과 가슴저림
친구의 아픔들이 눈꽃으로 스러지고 있는건가?
그렇게 변덕스러운 날씨에
늦은 결혼을 하는 친구는
추위에 떨고
힘겨움에 떨고
두려움에 떨고
다리가 아프도록 떨었다.
눈은 그치고
하늘은 맑아졌다
친구의 커다란 눈에
슬픔이 아닌
기쁨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