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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아버지


BY youni70 2002-01-15

날씨가 포근해서인지 마음마저도 풀어져서 옛 기억들이
솔솔 떠오른다.
초가집이 앙징맞게 옹기종기 모여있고 가난 했지만 인정이
서로 오고가던시절이었다.
엄마는 매일 장사하러 다니느라 아침에 사과를 반티에 이고는
십리가 넘는 먼길을 걸어서 다녔다.
밤이 늦도록 사과를 팔다가 지쳐서 돌아오는 엄마한테
동생과 나는 맛 있는거 안 사왔다고 칭얼거리면
내일은 꼭 사준다고 엄마는 약속을 하곤했다.
우리집은 다른집과 반대로 아버지가 살림을 할때가 많았다.
경제적인 능력은 부족했으나 자상하고 가정적이셨다.
여름이면 오이 냉국을 맛있게 만들고 간식으로 찐빵을 쪄 주기도했다.
찐빵속에다 팥 대신 밤콩을 삶아서 사카린도 좀 넣어서 큼지막하게
만들었는데 그 맛이 참 좋았다.
밤이면 동생하고 나를 먹이고 씻겨서 양 팔에 뉘어서 옛날얘기를
구수하게 해 주곤했다.
윗목에는 엄마가 먹을 저녁이 차려져있었다.
아버지는 또 꽃 을 좋아해서 작은 마당 한켠에다 꽃밭을 만들었다.
매사에 현실적인 엄마는 꽃 대신에 먹을채소거리를 심으라고
타박을 주었지만 그때마다 웃기만하고 꽃 모종을 얻어다 심느라바빴다.
담장둘레에 해바라기를 빙 둘러심고 한쪽에는 포도나무를 심어서
덩쿨이 뻗어나가게하고 그 안쪽에다 다알리아 국화 맨드라미 채송화
접시꽃 봉숭화등 온갖 꽃 들이 철따라 피어나게했다.
여름에 포도잎사귀가 무성할때면 그늘아래에서 친구하고 소꿉장난을
했다.
새파란 포도를 따서 입 에 넣었다가 너무 시어서 얼른 뱉으면
아버지는 뭐가 우스운지 웃기만했다.
빙그레 웃는 모습이 참 멋 있었던 아버지!
갑자기 돌아가시려고 그렇게 많은 사랑을 주었던가 싶기도하다.
오늘따라 아버지의 그 인자하던 미소가 그립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