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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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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14


BY 후리지아 2002-01-12

출근을 하려고 밖엘 나오니...
날씨가 봄처럼 훈훈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금...봄을 이야기 하기엔 이르지만, 우리들 마음이라도
봄이였음 싶습니다.

사람들 모두가 정말 살기가 힘들다고 말들을 합니다.
저도 분명 그중의 하나이긴 하면서도, 엄살을 떨기싫어 아무에게도
힘들단 말을 하지 못합니다.
내가 힘들다 엄살을 부린다고 제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제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사람들의 생각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서 생각을 하려고 하진
않지요.
지금까지 살아낸 것도 자신이고, 앞으로 살아낼 사람도 자신이기
때문에...잘못생각하면 이기적인 사람이라 하겠지만, 어차피
삶이란것이 혼자 지고가야 하는 무거운 멍에라 생각을 하니까요.
사람 누구에게나 자신이 져야하는 짐이 있다고 합니다.
가벼운 사람도 있고, 조금 더 무거운 사람도 있고...
그래도 모두들 자신에게 지워진 짐들을 지고 묵묵히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투정을 부린다고 자신의 짐을 다른이가 대신 져 줄 수는
없는일 이니까요, 하지만 인간들은 망각의 동물인지라...자신의
짐마져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리스 신화에 망각의 강이란게 나옵니다.
사람이 세상에서 살다가 수명이 다하여 지금과는 다른 세상으로
갈때에 반드시 건너야 하는 강이라 합니다.
망각의 강을 건너는 순간...세상에서 사랑했던 기억도, 아팠던
기억도, 행복했던 순간도, 슬프고, 고단했던 모든 기억들을
잊게 된다고 합니다.
신화라곤 하지만 전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세상에서의 많은 것들을 잊지않고 저세상으로 그대로 가지고
간다면 이세상에서 살때보다 더 많은 고통으로 살지 않을까요!
그때문에 망각의 강을 만들어 그곳에다 모두 던지고 가도록 했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때때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말도 하지않고,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않고...
사람이 아닌 다른 생물체로 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망각이란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도 꼭 있어야 할 필수 항목이
아닌가 전 생각을 합니다.

요즘 밤하늘을 보노라면, 가뭄때문인지...별들이 가득합니다.
서울에서도 청명한 하늘과 함께 밝게 놀고 있는 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린날 보았던 별들이 중년인 지금도 그하늘 그자리에
그대로 떠 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것과,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는데도
수없이 변하며 지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발...우리 인간들의 마음은 변하지 말기를...

제겐 가슴이 아픈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남편이 알콜중독으로 세상을 떠났고, 딸아이를 둘 두고 사는
친구입니다. 그 친구는 아주 가끔씩 늦은 밤에 전화를 합니다.
어느날, 전화를 해서는 그냥 웃기만 합니다.
자정을 넘긴 시간인데...웃기만 하는 친구에게 제가 묻습니다.
"너 무슨일 있지!" 그래도 친구는 웃기만 합니다. 한참을 웃던
친구는 울먹이는 소리로 말을 시작합니다.
사랑을 택해야 할까, 자식을 택해야 할까?
오래전부터 세상을 떠난 남편과 별거를 하며 살았던 친구는
몇년전 좋은 사람을 만나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던 아이들을
친구가 데려오게 되었지요.
이미 다른 사람과 살고 있는곳에 자식을 데려다 함께 사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란 것쯤은 친구도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사람과는 헤여질 수 없는 상황이고...그렇다고 자식인데
버릴 수도 없고, 얼마나 고민이 되었으면 늦은밤 술을 한잔하고
더 기운없이 사는 제게 전화를 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친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때까지
전 들었습니다. 길고긴 이야기를 끝낸뒤...어떡게 해야할까?
친구에게 제가 말을 하기 시작했지요.
목숨을 바쳐 사랑한다고 해도, 그사랑은 퇴색되어 질 수도 있고,
잊고 살 수도 있지만 자식이란 내 살과 피로 만들어 내 속에
열달을 품고 있다 낳았기 때문에 버릴 수도, 잊고 살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워도 사랑과 자식중 택일을 하여야 한다면
자식을 택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얼마쯤 시간이 흐른다음 전 그친구를 방문했습니다.
얼굴이 밝아보였고, 아이들과도 그사람과도 문제가 해결 된듯
했습니다. 그러나 전 궁금해 하지 않았지요, 묻지도 않았습니다.
맛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제손을 잡고, 고맙다!...합니다.

산다는 것은 아무말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친구처럼, 편안한 것만은 아닐것입니다.

망각의 강을 건너며, 모든것을 잊게 되지라도...
한가지, 사람으로 살다가 왔다는 것만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람으로 태여난것은 그 어떠한 축복보다 귀하고 값진 것이니까요.

산다는 것은...
사람의 도리를 다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