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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대한생각


BY myung314 2002-01-11

모자와 안대

그렇다
난 모자가 유난히 많다
2000년1월초쯤
삭발을했다.
다음날
미장원에 마저 다듬기 위해 갔을때
2000년을 기념하기위해 어떤시인은 삭발을 했단다.
나는 그런 거룩한 뜻은 아니고 투쟁이었고,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내가 가위를 들고 내 머리를 듬성 듬성 잘라야 했으니까.
최선의 방법으로
나를 위하고
아이들을 위하는길이었다고 생각했기에
최후의 수단으로
난 내머리를 난생처음으로
시집올때 해온 바느질쌈에서 가위를 꺼내어
내머리를 잘나야 했다.

그리고 내내 추워서,보기흉해서,
학교에도,농협에도, 마트에도,
어디든 모자를 쓰고 다녔다.

지금도 아들녀석에게
미안한점이 있다.

그날저녁 딸이랑,아들은 고모집에 가고 없었고,
부부는 살인적인 싸움을 했다.
그녀는 그밤의 일들을 가슴으로 묻어두기엔
너무 컸고, 더이상 방치할수 없어서
선택을 한것이다.
밤새 울면서 몸서리치다가 생각해 냈다.
그래 머리는 다시 자라
하지만 너의 이 멍에는
날이 새면 너만 병신이 되고,
너만 바윗덩이를 안고 살아야 해

흔적을, 주홍글씨를 달아
그남자가 더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해 주고 싶었다.
우리부부는 결혼해서 내내 같이 일을 한다.
싸움을 하고도 직원들 앞에서는 아무일이 없어야 했다.
성격상 돌아서면 언제 무슨일이 있었나 하는게 남편이다.

며칠후에 돌아온
유치원에 입학할 녀석이
자기가 집에 없어서
엄마가 머리를 잘랐다고
자기 탓이라고,
엄마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단다.
한동안 녀석은 내내 나를 가슴아프게 했다..

그녀는
창피할것도, 무서울것도, 두려움도 없었다.
2년동안을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보금자리를 수리했다.
부부클리닉으로 점쟁이한테로, 존경하는작가한테도
수시로 매달렸다.
어떻게 해야 되는지 어떻하면 좋은지

세월이 약이라던가
그토록 시리고,아프고 고통이던 것 들이
이제 추억으로 남아 남이야기 하듯 한다.

아픈만큼 성숙해 진다고 했다.
내남편도 이빨빠진 호랑이가 되었고,
아이들은 언제봐도 이쁘고 씩씩하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전쟁으로 상처나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다행이 명랑하고,유쾌하게 자라고 있다.

남편에 대한 허무러진 신뢰가 점점 회복되어가고
남편에 대한 관대한 마음까지 호기 부리듯 부리고 있다.
당신은 자유인이라고,
왜 무슨권리로
당신의 육체와 정신을 소유하겠느냐고,
온전히 당신것이고, 충분히 당신은 당신마음가는데로 몸가는데로
움직일 권리가 있다고. . . .
그렇다 난 어느새 부처의 마음을 닮아간다.
아직도 때때로 심통이 찾아와 날 괴롭히는 것을 보면
아닌것도 같고. . .

작년 mbc에서 아줌마라는 프로를 보면서 어쩜 나같은 인생이 또 있나 싶어 장진구를 열심히 미워도 해보고, 삼숙씨를 응원도 했었다.

뭉친실타래가 아직도 남아있는것은
내가 아직 살아있고, 살아갈 힘이있고,
사랑이 남았기 때문이라고 위안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