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옆집엔 친정 이모님이 사신다.
불같은 성격의 여장부라고나 할까?
불같은 성격탓에 고질병인 혈압도 조금 있으신...
지금은 우리 친정 엄마나 이모나 다들 할머니가 되셨지만,
지금으로부터 한 십년전..
내가 신혼때, 혼자 사시는 친정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가면 좀 어색했다.우리는 신혼 이었으므로..
그래서 안을 낸것이 옆집에 사시는 이모님을 모시고 가는 거였다.
친정 엄마도 동생이랑 같이 가니 즐겁고 또 우리에게도 덜 신경이 쓰이시는 눈치였다.
어느 산들산들 봄바람이 불던 날에 양평으로 여행을 갔다.
한 유적지 화장실에서 불같은 우리 이모님에게 드뎌 일이 벌어졌다.
평상시에 청바지에 모자를 즐겨쓰던 이모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아하게 치장을 하고 화장실에서 볼일을보고 막 나오던 한 중년의 아줌마가 갑자기 막소리를 지르는거다.
"어머머, 아저씨!!어머머머?..여긴 여자 화장실이예욧!!어머머머.."
"기가먹혀서 얼른 나가욧!!!어머머머?"
평상시 좀 남자처럼 생기시긴 했어도, 남편인 이모부에게 애교도 많으시고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도 빠짐없이 눈썹을 그리고 루즈를 바르던..그런 이모였는데..
순간 난 앞이 아찔했다.
우리 이모를 내가 너무 잘 알기에..
몇년전 이모집에 불이났었다.
이십년을 넘게 살아온 집에 불이 났으니..
그것도 집이 전소되는 엄청나게 큰 불이었다.
그 와중에도 우리 올케언니에게 눈썹그리는 연필을 빌려서 눈썹을 그리시고 루즈를 바르시던 이모였는데...
큰일 난거다.
그런데 의외로 조용했다.
그러다 한마디 하셨다.
"어머멈~ 그래 잘났구먼. 어디 내가 남잔가 한번 벗어볼까?!"
"어머멈~어머멈~안돼겠네. 아고 분해! 어디 너도 벗어봐라 뭐가 나랑 다른가.지가 되게 잘난지 아나벼! 어머멈"
정말 다행이었다.
그만하게 끝난것이..
그치만 우리의 여행은 평탄치 못했다.
그날밤 우리 이모 너무 열받아 혈압이 갑지기 치솟아 응급실 신세를 지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