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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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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씩 희망, 꿈을 향해 걸어가는 거야


BY 얀~ 2002-01-03

한발씩 희망, 꿈을 향해 걸어가는 거야


새해를 알리는 제야(除夜)의 종소리가 33번 울렸다. 아직 음력으로 보름을 조금 지났을 뿐이다. 아직도 2001년에 미련이 남아 있는가보다.

둥그런 달을 보며 집을 향해 걷다가 롤러브레이드를 타는 아들녀석에게 하늘을 보며 말했다.
"보름달이 따라오네. 착한 사람을 알고 달이 따라오는 거야!"
앞서가던 녀석이 뒤돌아 옆에 오면서 말했다.
"달은 해가 지면 나타나고, 달의 모양에 따라 하현달 상현달 보름달로 바뀌는 거야"
(잘났다?!)
망년회를 마치고, 비틀거리면서 말했지만, 취기가 아니라 엄마가 문학을 동경하여 말을 건넸는데, 10살 아들녀석은 그렇게 말했다. 코만 훌쩍거렸다.

"여보, 난 바보야. 세탁소 언니, 내가 잘 알잖아. 음...10년은 넘었고 아직 20년은 안 됐지만, 오래 알았지. 둘이 대화하는데 날 제치며 너보다 더 잘 안다며, 다영이 엄마가 나서더라. 나 신탄진 토박인데 말야. 술 취해서가 아니라 내 소극적인 모습이 싫어지네"
"아들아, 선생님한테 엄마가 보낸 책보다 뭐라시드냐?"
"엄마, 시 잘 쓴대"
"그래, 그래"
남편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로 딸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남들 자랑할 때, 난 이렇게 말한다. 나를 위해 인터넷 상의 친구들은 도움을 주고,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고 있다고, 내게 힘을 주고 있다고..."
남편이 말했다.
"남들은 자랑을 하는데, 난 자랑할 게 아무것도 없네"
"후후후"
부부동반 모임에서 일찍 빠져나왔다. 둘이 누워 tv를 보며 서로의 몸을 더듬는다. 가장 아름다운 몸, 보드라운 부분을 만지며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다.

전화가 왔다. 다른 모임의 회장님이다. 남편만 보내고 가볍게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어본다. 다시 벨이 울린다.
"네?"
"내가 누군지 알아?"
"알죠, 히히히"
"여기 도큐하우스인데 누가 애타게 찾는데...찾지 말라고 하는데도 눈 빠지게 기다리네"
"풋핫핫핫"
"나와, 알았지?"
"네, 알았어요"
옷을 입고 나서려니 어머니가 놀라 물으신다. 잠시 나갔다온다고 말하고 현관을 잠구고 나선다. 비가 약간 쏟아진다.

"안녕하세요, 히히히"
손을 잡아주시며 말한다.
"제발 새해엔 상훈네 복 다 받자말고, 우리에게 나눠줬음 좋겠네!"
"아고, 풋핫핫핫"
한 손은 잡혀있고, 한 손으로 생맥주를 마신다.
"새해엔 건강하시고, 소원 성취하세요, 후후훗"

호프집을 나서니, 비가 제법 내리고 있다. 차를 태워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합기도 관장님이 말한다.
"둘이 외투도 맞췄네. 아-멋지구만"
"울 부부는 닭살커플 이랑께요. 이 맛에 살아요, 히히히"
남편은 새해엔 담배도 끊을 거라고 말한다.
"아-나보다 낫네"
"새해 복 받으시고, 소원 성취하세요"
인사를 전하고 둘이 손을 잡고 집에 들어섰다. 남편은 영화를 보고, 난 라디오를 들으며 책상에 앉았다.

지오디의 길이란 노래가 흘러나온다. 길, 어느 길,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자신의 길을 알 수 없지만, 이렇게 가고 있네,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알고 싶지만....


한발씩 희망, 꿈을 향해 걸어가는 거야


비에 젖네, 꿈 잃은 삶이 덩달아 젖네
산다는 건, 돌아보면 무엇을 위해 달렸는지 모르게 갔네
커피 잔에
적당량의 웃음과
고통을 넣어
휘휘 저어 마시고 난 뒤
혀에 남아 있는 텁텁함, 한해가 그렇게 갔네
터진 울음을 인내하며 하루하루 버틴 2001년
2002년을 향해 거침없이 나서야지
견딜 수 없는 고통은 없다
쓰러지지 말고 서보자, 쓰러져도 서보자
추억의 아픔은 커피 잔에 넣어진 설탕이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연습이었다고
추억을 딛고 서서
모든 걸 바꿔보는 거야
희망, 꿈을 전하며
한발씩 내딛어 보는 거야
새해란 애인의 품에 달려가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