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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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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애비의 맘이 되어


BY 베티 2000-10-20













며칠 전 최 백호의 노래 서너곡을 내 홈에 다운로드

해 놓았다.

그 중에 '애비'라는 노래의 곡과 가사가 너무 좋아서

따라 부르고 있는데 여섯살 난 큰 딸이 내 무릎위로

앉는다.

이 노래가 어떤 노랜지 대충 딸아이에게 설명을

해 주고 다시 따라서 불렀다.

노래가 거의 끝나가자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 이 노래를 들으니까 눈물이 나와

나 결혼할 때도 이 노래 불러줘야 돼?." 한다.


아이들도 남편도 없는 오전시간. 너무도 소중하여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하며 잠시 고민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주부의 일상이 나의 이런 맘을

그냥 놔 두지 않는다.

청소하고 설겆이 하고 밀린 빨래도 해야 한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커피를 마시며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에 최 백호의 '애비'를 또 듣는다.

* 애 비 *

가물어 말라터진 논바닥 같은

가슴이라면 너는 알겠니

비바람 몰아치는 텅빈 벌판에

홀로선 솔나무 같은 마음이구나

그래 그래 그래 너무 예쁘다

새하얀 드레스에 내 딸모습이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애비 소원은 그것뿐이다

아장 아장 걸음마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자라 내곁을 떠난다니

강처럼 흘러버린 그 세월들이

이 애비 가슴속엔 남아 있구나

그래 그래 그래 울지마라.

고운 드레스에 얼룩이 질라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애비 부탁은 그것 뿐이다.


나 또한 딸아이처럼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눈가가 촉촉히 젖어온다.

아직 어린 딸들인데 벌써 가슴이

이렇듯 아려오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잠시 20년 세월의 강을 훌쩍 뛰어넘어

애비가 되어본다.

하루만 지나면, 곱게 키워 어느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은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착잡한 마음을 가눌길 없어

실내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맘을 아는지 '애비'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하염없이

볼을 타고 내려온다.

가슴속엔 너무 많은 언어들이 어지럽게 하고

있지만 오로지 그말

'애야, 행복해야 한다. 잘 살아야 한다

이 애비가 해 줄 말은 그것뿐이구나.

꼭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널 믿는다 애야.'


난 커피를 마시고 빨래를 하기위해 욕실로 간다.

최 백호의 '애비'는 여전히 나온다.

비누칠을 하면서 또 따라서 부른다.

이젠 그 노래속에 내 어머니가 있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막내딸을 시집보내는

어머니의 구슬픈 가락이 내 가슴을 때린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간다는 사실하나로 들떠서

에미의 심정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철없는

딸을 보고 몰래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치는 내 어머니의

흔들리는 어깨가 그 노래에 달려있다.

또다시 눈가가 촉촉해져 온다.

가을 햇살은 여전히 눈부신데

'애비'는 애절하게 내 가슴을 파고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