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 이 교정치료를 받고 돌아오니 아무래도 저녁식사가 늦을것같다
방학이라 그런지 치과에는 왜 그리도 사람들이 많은지...
아무래도 남편이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오면 편할것 같아서
확인차 전화를 했더니 오늘은 회식이 없어서 집에서 밥을 먹는대나
일주일을 거의 회식으로 일관하더니 오늘같은 날은 또 집에서
밥을 먹는다니 어쩔수 없이 저녁준비를 해야한다
남편이 저녁을 때우고 들어오면 애들과 나는 대충 해결할수 있는데
남아 있는 반찬도 있고 찌개도 있고....
이래선 안되는줄 알면서도 남편이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날은
정말 반찬에 신경을 안쓴다
애들도 아빠 없으면 반찬도 안해 준다면서
우린 사람도 아니냐고 따진다
어릴땐 아무것도 모르니 따질줄도 모르더니 ....머리컸다고...
허둥지둥 남편퇴근시간에 맞춰서 식사준비를 다 끝냈다
남편들어올 시간 ....그러나....
들어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이는 나타나지도 않고 연락도 없다
기가 막혀서.......하는수 없이 애들과 저녁을 먹었다
세상에....일부러 전화까지 해서 물어봤는데...철석같이 집에서 밥을
먹을거라고 준비하라 하더니...전화한통 해 주지도 않고....
하옇튼 부인에 대한..가족에 대한 배려는 빵점인 사람
슬며시 부아가 치밀었다 치과에서 너무 많이 기다린 탓인지 머리도
아픈데 꼭 나를 이렇게 힘들게 부려 먹어야 하나..
저녁 8시 30분쯤 전화가 왔다
나 저녁 먹고 들어갈테니 먼저 저녁을 먹어라나..
내참 기가 막혀서..
부글부글 끓어 오르든 감정이 일순간 사그라진다
너무 기가 막히니 웃음만 나온다
그래 그렇게나마 전화를 해 주니 고맙지 뭐
어이구 어쩔까나 생긴대로 놀아야지
여지껏 십수년을 그렇게 굳어진 사람을 어쩌겠나
마음 넓고 속 넓은 내가 참아야지
아마도 조금있으면 그이가 나타날 것이다 얼큰하게 취한모습으로..
난 그이의 습관을 잘 안다
조금 늦는다고 전화를 한 날은 틀림없이 일찍들어온다는것을..
늦을땐 아직 한번도 전화연락을 받은 기억이 없으므로..
그리곤 그러겠지
취기 오른 얼굴로 나 자러간다고..미안하다고...
정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사람..내 남자!
부부로 산다는건 나에게 맞추는게 아니고
나를 맞춰가는 시간들인것을..
앞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들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모든것을 사랑의 이름으로 감싸 안으며 내일을 맞이해야지
벌써 들어와 고요히 잠들어 있는 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