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1970년대 야그 입니다 바로 요맘때쯤 일이랍니다
맥시,미디,미니,판탈롱,유행이던 시절이고
생맥주,통키타,포크송,삼박자가 판치던 시절 야그라 이말입니다
내 청춘의 시발점이던 그 시절
단발머리를 맨처음 거지커트라고 해서 요새 그 시절을 아십니까 에
종종 등장하는 여자들 머리모양을 당시 미장원에서
"거지 커트" 라고 명명했는데 이유는 아직까지 잘 모르지만
좌우당간 처음 미장원에서 잘른 머리가 바로 그 커트였지요
남자들이 한창 장발을 휘날리며 통키타에 찢어진
청바지로 거리를 활보할때
우리는 무려 15인치 반 이나 되는 밑단이 넓은 판탈롱바지로
거리를 휩쓸고 다녔던 그 시절 그 가시나들 야급니다
막 교문을 나서던 해 였고
대입치고 남은건 시간밖에 없던 시절
디제이가 음악을 틀어주던 음악다실이 주로 낮시간
우리가 시간을 땜빵하던 곳 이었다면
밤시간은 마땅히 보낼곳이 없던 지금보다 문화공간이
적던 그 시절이었으니
멤버들이 모여도 딱히 시간을 보낼 곳 이 없었다 이말입니다
그래도 만나면 무슨 얘기이든 우리는 참 할말도 많았고
당시 유행이던 별밤 프로를 같이 경청하면서
사연을 듣고 음악도 듣고 그렇게 청춘을 할일없이
보내면서 우리가 어느날 좋은 소일거리를 발견했다 이겁니다
전화기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우리 친구중 경찰공무원을 아버지로 둔 애 가 있었는데
마침 친구 아버지 근무지가 시외곽이라 친구어머니도
친구아버지 근무지 따라 가셔서 주말이면 집으로 오시고
했거든요
그러니 우리 청춘들이 놀기에 아주 안성맞춤이었답니다
매일 매일 밤이면 우리 멤버들은 그 집에 모여서
놀고 했는데 어느날 우연스럽게 아직 오지 않은 친구집에
전화를 하다가 어떻게 손가락 실수로 다른곳에 연결이
되어 버렸다 이겁니다
사건은 그 때 부터 시작이었지요
"여보세요"
한 친구가 전화를 합니다
"그기 영아네 집 입니까 영아 좀 바꿔주이소"
조금 있다가 그 애는
"엄마야 엄마야 잘못 걸었네예"
이러면서 안절 부절 못하고 있었지요
뭔 일이고
대체 뭔일인데
하고 우리는 서로 전화기에 귀 를 모았답니다
굵직한 남자 음성이 들려 왔지요
"00숙직실입니다 전화 잘못 거셨네요
전화 끊지 마세요 심심하던 차 에 잘되었군요"
우리 친구가 걸었던 전화는 아직 못 온 친구네가 아니고
바로 우리 소도시 관공서에 하나인 시청 숙직실이었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잘못건 전화가 아니었던게지요
우리는 심심하던 차 에 놀이감을 발견한 아이들 처럼
갑자기 생기가 확 돌았거든요
전화기를 서로 귀 에 대보고는 사투리를 안쓸려고 무진 애를
쓰면서 모두 돌려가며 한마디씩을 했지요
"저어기 지금 뭐 하고 계시나요?"
"무섭진 않으세요"
"우리는 별밤 듣고 있거든요"
"밥은 묵었십니꺼"
지금 생각해 보면 참말로 말도 안되는 내용이었지만
그땐 주거니 받거니 해가며 참 재미있었답니다
이외로 통화가 길어지면서
그쪽 사람도 두어명 되는지 전화기를 돌려가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놀러오라거니 놀러가겠다거니 해가며 히히닥 거리다가
마침 별밤에서 당시 조영남씨의 "불꺼진 창" 노래가 나오길래
수화기를 갖다대며
"저그 심심하면 이 노래 들려드릴께예"
해가며 우리의 전화 대화시간이 하루,이틀,늘어만 갔지요
이왕 내친걸음이라 한군데만 한게 아니고
우리관내 관공서 숙직실 ?p군데를 아예 밤이면 밤마다
전화를 해서 음악을 들려준다 어쩐다 해가며
순진한 총각들의 마음을 홀라당 뺏기도 했답니다
유부남은 없었냐구요?
당시 총각 들이 주로 숙직근무를 많이 했던지
거의 총각이라고 했으니 글쎄 가고도 안갔다고 한건지
호적보자고 할 처지가 아니라서 그건 잘 모르지만
불미스런 일 은 결코 없었으니 그점은 염려 안하셔도
된답니다
전화만 했냐구요
그러면 이야기가 재미가 없지요
밝은 낮 시간 만나서 음악다방에서 음악도 듣고
밤엔 생맥주를 나눠 마시기도 하고
아무튼 그 시절이 참 잼있었거든요
기어이 한 친구가 그 중 한 남자랑 결혼에 골인을 했지만요
ㅎㅎㅎㅎㅎ
바로 전화가 연결해준 셈 이지만요
당시 우리 소도시 관공서에서 한동안 숙직근무자 신청자가
꽤 늘어났다는 소문도 있었답니다
진위여부를 확인한 것 은 아니지만 말예요
별밤과 함께 했던 우리들의 청춘
청춘의 덫처럼 한시절 답답했던 순간들도
꽤 나 낭만스럽게 보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