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창업박람회 65세 이상 관람객 단독 입장 제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37

아버지의 편지......


BY 아부지요~ 2001-12-27

몹시 추운 겨울 이미 이름을 지어놓고 태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아빠에게 넌 정말 믿음직스럽고 의젓한 모습으로 울음을 터뜨렸단다.

공부를 잘하고 똑똑한 아들이기보다는 먼저 이사회에서 진정 필요한 존재, 나보다는 너를, 너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할 줄 알고 오직 부모에게 효도하는 착한 아들로 자라길 아빠는 바랬었단다.

그 바램을 저버리지 않고 넌 착하다 못해 한살을 일찍 학교에 들어간 탓에 같은 1학년 친구를 보고 나이가 많다고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정말 때안묻은 순진한 아이였단다.

어렸을때 온 식구가 쇼핑을 다닐때면 깍듯한 존댓말과 네가 갖고 싶은것 하나 사달라고 때쓰고 투정할줄 몰라 하는 너를 보고 사람들이 신기하다는듯이 쳐다보고 할 정도로 예의바른 아이였지.

영하 15-20℃를 오르내리는 전방 산골짜기에서 군복무를 하는 아빠탓에 난방이 잘안되는 단칸방에서 8개월도 안된 어린아이가 추위를 못이겨 폐렴에 걸려 서울병원까지 입원했을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이었단다.

밤늦게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네엄마는 아픈 너를 끌어안고 어쩔줄 몰라 그저 울고만 있더구나.

그늦은 밤에 널 부대?차에 태워 긴급히 시골병원도 안돼 서울병원으로 데리고 가야했다.

계속되는 부대의 야간훈련으로 인해 밤늦게야 야간열차를 타고 널 보러 나와서 삭발을 한채 머리에 주사바늘을 꽂고도 아빠를 보면 함박웃음을 짓는 너를 보고 안도를 하긴 했지만, 그 덕분에 밤새워 너를 간호하고 새벽열차를 타고 부대에 복귀하다 조는 바람에 부대를 지나쳐 차도 없는 새벽에, 기차역 한정거장을 구보로 돌아오는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특히 혈관을 못찾아 머리에 주사바늘을 이리 저리 꽂을때면 엄마는 마음이 아파 보지를 못하고 아빠가 널 안고가서 너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를 듣는것은 정말 참기 힘들었고 차라리 아빠가 대신 네아픔을 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사를 많이 다녀야 하는 아빠의 직업탓에 5학년이 되기까지 4번이나 학교를 옮겨 매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고 정들만 하면 또 전학을 가야하는 너를 보며 혹시 학교에 흥미를 잃지나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단다.

다행히 너는 어느곳을 가던 군인의 아들로서 어엿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갔고, 특히 4학년말에 전학을와서 5학년이 되자마자 친구도 없는 곳에서 네 스스로 친구를 만들며 반장선거에 출마하여 부반장이 되었을때는 아빤 속으로 기특하기도 했지만 어린나이에 너무 많은 싸움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아팠단다.

군인의 아들로서 "강하고 담대하라"란 가훈을 지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담대히 이겨나가는 아들을 만들려고 했지만 강한 듯 하면서 아빠가 지어낸 슬픈동화에 몇마디하기도 전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여리디 여린 네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심 험한 세파를 어떻게 이겨 나갈것인가 걱정이 된단다.

하지만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강인함속에 약한자를 위한 따스한 정이 듬뿍 스며 있는 것 같아 오히려 더 대견스럽단다.

어느날 침대에 잠든 네 모습을 보면서 침대 길이만큼 큰 아이가 누워있는 것을 보고 어느새 이렇게 자랐구나 하고 흐믓하기도 하지만 네 양말이 없다고 덥썩 아빠 양말을 갖고가서 전혀 크지도 않고 딱 들어맞는 모습을 볼때는 조금 징그럽기도 하단다.

영웅아!

몇년전 자신의 부모를 죽인 대학교수 아들이 있었다는 TV뉴스를 보고 아빤 분개했지만 다시 한번 널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를 생각게되었단다. 똑똑한 아이, 공부잘하는 아이, 강한 아이가 아니라,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하면서도 괜찮다고 말하며, 집안에서는 동생과 늘상 싸우다가도 밖에만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손을 꼭 붙잡고 다니며 어려운 친구에게 네가 갖고 있는 공책과 노트를 포장하여 말없이 건네주는 그런 마음씨 고운 아이로 키워야 되겠구나 결심을 하게 되었단다.

사랑하는 내아들 영웅아!

항상 세상을 밝고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고 어려운 친구의 처지에 가슴 아파할줄 아는 따스한 마음을 갖고 꿋꿋하게 살아가주리라 아빤 믿는단다. 언제나 건강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