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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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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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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삶의 이야기(16)


BY 영광댁 2001-02-22

설 명절을 다녀와서

혼잣말 (5)

목풀린 벅구가 아이들 뒤를 따라 달리다가 아이들을 질러 달려가고.이내 아이들이 벅구한테 쫓겨 달려 달아나고, 달려가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오는 마당을 등지고 앉았습니다.
어머니들 땅에 굳이 아이들을 양쪽에 걸려오는 것은 저런 모습들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늘 깔끔하던 당신이 이제 몸이 성한 구석이 없으니 입은 체 드러눕고 드러누운 옷을 다시 입고 집안에서 돌아다니시므로.방안에서 입고 뒹구는 옷을 개껍딱(개가죽)이라 하시는 어머니 말씀을 어째 말씀도 그렇게 하신당가요 라며 흉을 보고 있다가도
밖에서 놀다 온 아이들에겐 그게 사람옷이냐. 개껍딱이냐 묻고 맙니다.
내가 자랐고 지금 어머니가 계신 이땅에만 오면 목풀린 벅구처럼 방목하는 짐승들처럼 아이들을 놔 멕이는 겁니다.
배 고프면 돌아와 먹을 것만 ?습니다. 그뿐, 도와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참견만 안하면 다행입니다. 걸어서 5분인 초등학교를 다녀오고 뒷동네도 다녀오고 내 어린날 제일 컷던 차부집 점빵(정류소 가게)에도 다녀오고 ,,, 미닫이 문을 밀고 들어가면 시멘트로 만들어 놓은 탁자가 있고 탁자위에 노란색 장판이 깔린 간판도 없는 담뱃집이라 불렀던 학교앞 가게. 막걸리 한잔도 팔고 소주 한 잔도 팔던 작년까지도 예순살인 예쁜 유촌댁과 머슴같았던 유촌양반이 살았던 고깃집에 비계와 껍질까지 잔뜩 달린 덩어리의 돼지고기들을 사러 아이들을 줄래줄래 달고 다니기도 했네요. 아이들 뒷 끝에 벅구까지 달렸으니 문득 절대 웃지 않던 공주님이 한 사나이의 뒤에 붙은 수많은 사람들의 형색을 보고 고만 깔깔깔 웃고 말았다는 동화가 생각나기도 하데요.
그렇게 해가 들어오는 창문을 등지고 앉아 누워계신 어머니를 일으켜 세웠어요.


초이?날 늦은 아침상을 받아 아이들을 먼저 먹이고 난 뒤 모여든 사람들을 앉혀두고
그날 아침밥 = 해장술 이라고 씁니다.
마냥 마음이 풀리는 날, 한 잔해야 하는 날이라고,
한 잔이 딱 어울리는 날이라고 잔을 잡아 권했네요.

누가 알겠다고 했을까 .
어느 날 내 살을 베어내는 통증을 참으며 어쩔 수 없이 배워버려 이젠 두루두루의 삶에서 익숙해진 떠남의 말들을 손오공의 머리에 씌워진 화관처럼 머리에 얹고 산단다 하면
누가 감히 그런 떠남을 용납했겠느냐 아무도 응답한 사람이 없는데 가버린 사람 뒤끝에 앉아 피눈물 말아 넣으며 살아 있었던 게지요.
우리는 모두. 눈 말똥말똥한 남매를 두고 제게 잘해주는 사람하고 살겠다고 마음 바람이 났던 여자를 보낼때 우리는 모두 구경꾼이였을뿐,누가 저 말없는 오라버니의 마음속을 들여다 볼 수 없었으니 모두들 이빨 사이로 나오던 말까지 가슴 두들기며 참았을때니 왠만했으면
왜만했으면 아! 누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을까...
한편 처참하기만 했더란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단다하면 세상의 얼룩진 물에 그닥 물들지 않았던 사람들의 명주같은 마음결이란다, 펼쳐보이고 싶어지는 겁니다.

누구나 오면서 갈 길을 생각하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인 걸. 어느 예정된 날이 아니라도 살아있으면 만나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니까 가고 오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젠 그닥 마음 붙이지 않고, 왔으면 고맙고 갔으면 잘 갔겠지. 마음도 그렇게 머물러 산답디다, 합니다. 잘 갔네요. 그래 잘 했네. 오는 걸 반기고 가는 걸 설워하시던 어머니도 이젠 서서히 길들여져 가는데
어쩌자고 내 마음은 마파람 부는 굴뚝에서 다시 아궁지로 말려드는 연기 배불리 먹은 고추껍질 된 눈알 되어 돌아서길 주저하더란다 합니다.
동네사람들 모두 부러워 하던 그 동생들 가버리고 못본 것들이
그 아침 해장술시간에 하염없이 늘어져 갈데없이 서러운 봄날아침이였단다. 속삭입니다. 휴 우......

지난 가을에 어머니땅에 왔을 때 묻어둔 무와, 눈을 헤치고 캐온 배추들을 차에 싣는 저 다정한 얼굴들.펼치면 그닥 먹을 것도 없는데 빈손으로 보내는게 무슨 죄명으로 잡아가기나 한다고 그렇게 바리바리 담아 보내고 싶어 종종거리는 어머니 모습에도 울컥 한 설움이 서성였네요. 그렇겠지요. 저런 모습도 언젠가는 자취를 감출테니까.
그렇게 언니네가 떠났습니다.

등뒤에서 시끄러운 아이들을 지고 누워계신 어머니를 일으켜 세워 어느시절 잊어도 버렸을 민화투를 투덕였네요.
띠에 10원 하자십니다. 시대가 어느 땐데 10원이래요 후후후....
띠에 100원.띠에 100원? 50원 하자십니다. 좋아요 50원 합시다.
청단 홍단 비약 초약 다 내약입니다.
화투는 안잊어버렸네요.
이런 걸 다 잊는대니.... 그전에 너만 했을 때 일은 하나도 안 잊어버리는데 근래의 일들을 잊어버린답니다.
골수에 인이 박히는 일들은 몇 번이냐고 감히 물을 수 없습니다.정말 충격적인 일들은 골수에 인이 박혀 버린다고 절데 잊혀지지 않았으니, 자식들 여우살이 시키고 나면 고만 불행끝 행복 시작일 것 같았던 당신의 말년이 그와 반대로 엮혔단다 하면 누가 감히 그런 세상을 만들었냐고 삿대질이라고 했으면 좋으련만
당신의 모든 일상을 휘저어둔 잠을 앗아갔으니 그게 10년도 훨 넘었단다 하면. 남말 하기 좋아하는 입달린 사람이면 사람속내 내다볼 줄도 모르면서 입방아나 찧었던 것이겠지요.

그날 아침
지나간 어느날 언제 올지도 모를 봄을 끌어당기려고 했었나 이후는 그날 같은 제 때 어울리는 시절은 오지 말아라를 내 인생 뒷자리에 뿌리려고 했었나 화사하기 이를데 없는 고운 천을 둘러쓰고 화관하나를 쓰기도 했더란다 회상해 보았네요.
정월 초사흩날. 생일이기도 한날 십년전 이날에 약혼을 했다네요.
모두들 떠난 설 뒷자리. 아침 밥상을 차리면서 한참동안 다리가 후둘거렸다면... 세월은 이렇게 흘러 가는 것인데... 어제와 오늘이 같은 시간인데 문득 눈이 가 닿은 곳에 아스라한 낭떠러지가 보이고 이쪽과 저쪽에 걸린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두 다리와 한 가슴이 후둘거렸단다.해봅니다. 문득 그렇게 느껴졌어요. 아직은 젊은 탓이기도 하겠지요.
모두들 떠난 자리는 흥청거리는 저자거리를 벗어난 삶의 외곽지대와 같았습니다.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자리는 그렇게 유독 표시가 나는 거겠지요.

어스럼이 다가오느데 껍질만 잔뜩 가져다 놓은 어머니
이다음에 뭐 먹는데니?
먹을 것 없으면 손에 들고 있는 이쁜 그림 내려놔요, 내가 먹게.
나는 굶었는데 너만 먹을래,
옛날이야 같이 굶었지만 지금도 그러다간 살아남기나 하겠어요.
얘 어쩌면 이렇게 물짜게 패를 준다니
제가 골랐나요.
난초 오끗짜리를 아쉽게 내려 놓는 어머니
나는 대번에 오끗자리를 먹어버립니다.
아니 이게 뭐냐 사패가 들어왔네.
아이 이제사 그걸 봤어요. 바꿔드려?
아니 냅둬라 풍약이야 풍약.

아, 풍약이라.
나 하는 폼새가 풍약이라고 해봅니다.
에구 저거 풍약하네.
전라도말 풍약이란 구성없는 행동거지입지요.
구성없다는 것은 폼새 없는 게지요. 멋없는 행동....
한참 동안 세월 지나가던 길에서 그렇게 살기도 했을 거예요.
잘해보고 싶었는데 풍약만하고 있기도 했겠지요.

가버린 여자가 낳아준 은이와 숭이, 뻥새와 먹새가 자꾸 끼어들던
그 민화투판이 시들해졌어요. 마당에 어둠이 내렸더군요.
아주 쓸쓸하게....오라버니는 어디를 가셨을까.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