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념일을
꼬박 꼬박 즐겨 챙기는 남편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으니 오죽하랴
아침부터 회사에 전화를 합니다
"자갸~ 오늘 모할꺼얌~? 케익 사갈까? 외식할까?"
원래 성격은 안그랬는데
워낙 철없는 남편과 살다보니
왠지 무뚝뚝해 지고
아니면 원래 무뚝뚝한 건지
기념일 같은건 관심이 없는 나
남들은 주말이면
여자가 나가자고 난리라는데
우리집은 늘 남편이
같이 외출해 주지 않는것이 불만입니다
퇴근해서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 생각해서
같이 외식나가서 고기 먹고
들떠 있는 남편 기분 up~시켜 주면서
아이들과 넷이 손잡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남편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아이들 씻기고
머라이어케리 케롤송을
거실 가득 크게 틀어 놓고는
아이들과 놀아 주는건지
혼자 신이 난건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흥분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세수하면서 거실에서 들리는
아이들과 남편의 괴성을 들으니
왠지 웃음이 나더군요
쇼파에 앉아서 구경하다가
(남편은 아이들과 놀면서도 늘 제 눈치를 살피는
버릇이 있습니다..제가 즐거운가 아닌가하고..
냠..절대~ 제 승질이 드러워서 그러는게 아니고
혼자 그러는겁니돠~ )
블루스곡이 나오길래
남편 기분 맞혀주느라
"자기야 블루스 한번 출까~?" 했더니
울 남편 꿈이야~ 생시야~ 하면서
아이들에게 엄마랑 블루스 춘다고 자랑을 하고는
가슴에 포옥 안깁니다
머라이어 케리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흐르고..
제 품에 안긴 남편이 속삭입니다
"자기야 나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꺼같애.."
(평소에 절대~ 저희가 불행하지 않다는 걸 밝히고 싶슴돠~)
그러고는 정말 눈물을 흘리는것이 아니겠어요..미쵸..
깔깔거리던 아이들
아빠의 눈물을 보았는지
갑자기 둘이 울음보를 터트립니다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된 크리스마스 이브
두아이 끌어 안고
남편이 울먹이며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얘들아..아빠 슬퍼서 우는거 아냐..훌쩍~
너무 행복해서 우는거야.."
어찌하오~
어찌하오~
시쓰는 마눌보다
마음이 더 여린 당신을 어찌하오~
가끔씩은 패주고 싶도록
밉살머리스러운 당신이지만~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 이브
싼타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니 내 가슴에
싼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갔나 봅니다
아이들 가운데서
아이들과 똑같은 표정으로
마치
싼타할아버지를 기다리다
잠든것 같은 모습의 당신이
오늘은 왠지 가슴 뭉클하게 애틋한걸 보니..
가족은
마음을 선하게 해주는 치료제입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