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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22

너는 왜 못 때리니?


BY 베티 2000-10-15










<너는 왜 못 때리니?>

큰아이는 어렸을 적부터 밖에 나가면 금세 겁먹은 목소리

로 울면서 뛰어 들어오곤 했다.

유난히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은 아이.

감성이 풍부한 만큼이나 맘도 무척이나 여려서 누가 큰소

리로 말만 하여도 울음보를 터트려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하였다.

그럴 정도니 자기 또래의 아이들한테 맞서서 싸우기는

커녕 더 어린 아이들한테도 맞고 들어오기가 일쑤였다.

자기 자식이 맞고 들어왔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는 과연 몇명이나 될까.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 큰소리로 울고 있는 모습

을 보면 나도

'넌 왜 맨날 맞고 다니니? 너는 왜 못 때려?'

라는 소리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난 힘껏 목젖을 눌러버리고 만다.

유치원 교사중에도 자기 방어를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

다고도 한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말하고 싶은 유혹을 꾹 눌러버리는 것은 지

금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폭력을 보면 너무 무섭기 때문

이다.

힘이 약한 아이를 왕따시키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를 볼

때 내 아이도 커서 맞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아님 내 아

이가 때리는 아이 중의 하나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염

려 때문이다.

'아이가 먼저 때리면 너도 때려'라고 말해버리는 건 참으

로 쉬운 일인데 그 말 때문에 우리 아이가 남 때리는 것

을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면 차라리 맞는게 속 편한 것이

다.

그래서 그런 말이 있지 않는가.

'때리는 자는 발을 못 뻗고 자도 맞은 자는 발 뻗고 잔

다'라고 말이다.

그렇게 대들지도 못하고 당하던 우리 아이가 지금은 어떻

게 됐을까?

네 다섯살까지만 해도 때리는 걸 잘 몰랐는데 여섯살이

되면서 동생을 툭하면 때려서 울리곤 한다.

방어할 나이가 되면 스스로 방어하는 법도 터득하게 되

는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도 '너는 왜 못 때리니?'소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