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형이랑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형이 도대체 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메일을 보냈죠?
'우린 만나면 늘 신변잡기나 주변사람들얘기만 하는데 우리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야하지 않을까요?...'뭐 이런류의...
형의 답장은
'나도 나자신을 잘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살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우리사인 좋으면 계속 같이 사는거구 그러다 아님 헤어지고
그러는거 아니냐?...' 또 뭐 이런류의...뭐야! 도대체 날 물로 보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또 그렇게 바로 쓸 수 있나요?
'흐르는 강물처럼포스터를 샀어요. 그래요..그렇게 내버려두자고요.
맘이 가는데로 발길이 가는데로...'
근데 사실 그렇게 쓰고 나니 맘이 편해지더군요.
그리고 다시 선후배들이랑 무교동 실비집 낙지집에서 번개가 있었
습니다.
(실비집에 가보신적이 있는지요? 그 매운낙지와 김서린 소주, 시원한
조개탕맛 뿐아니라 그 분위기요. 메뉴판에 반공반첩이 써있고 의자는
장군의 아들에 나오는 딱딱한 나무의자고요. 다락방같은 이층에 앉아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날따라 제가 또 홍일점이었네요. 절 잘따르는 일명 '보디가드'후배가
있었구요. 전에 참사에 같이 있었던 차장선배님도 있었지요.
2차로 바로앞 '사랑과 야망'이라는 카페를 갔습니다.
(이름이 참 복고적이라 뇌리에 콱 박힙니다.)
여자가 저 혼자이기 괜히 장난으로 제옆에 앉겠다고 난리를 칠 때
형이 갑자기 소리지르더군요.
"야! J는 내꺼니까 건드리지 마"
모두 뭔 헛소리야 하며 무시했죠. 저희가 잘 어울려 다닌다는
건 알았지만 모두 사귄다고는 생각을 못했으니까요.
'이사람이 드뎌 맛이 갔구먼...나보다 먼저 갈때도 있네.'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택시를 잡겠다던 형이 갑자기 도로에서
큰대자로 넘어지는 겁니다.
'이거 상태가 심각하군...' 저도 취한상태지만 어쩌겠습니까?
같은방향이고...선배형도 "J야. 니가 저번에 신세졌으니 니가 책임져라"
하며 저한테 떠넘기더군요.
택시를 타고 형이 살던 낙성대쪽으로 왔습니다.
집을 잘모르니 버스정거장 앞에서 내렸는데 이사람이 갈생각을 안하는
거예요.
"어? 여기가 어디야?? 야! 내가 널 데려줘야 하는데 왜 여기왓어!!"
"형이 취했으니까 왔죠. 빨리 집에 가요. 이제 찾아갈 수 있겠죠?"
"안돼! 너 혼자 어떻게 보내냐.! 내가 데려다 줄게"
그러더니 다시 택시를 잡는 겁니다.
결국 우리집까지 와서 혀꼬인 소리로
"J야. 나 오늘 집에 안가구 싶다~~"
'이사람이 먼소리여? 나랑 자구 싶다는겨??'
"정신 좀 차려요! 집에 가야지..형이랑 형수랑 걱정하시잖아요."
"야~ 그집은 나 오건말건 신경도 안써~"
으...이사태를 어쪄야 하냐? 같이 잘까? 아니 내가 먼생각을 하남.
"안돼요. 나도 들어가야 해요. 나 안들어가면 아빠한테 죽음이예요."
또 이렇게 실랭이를 하다 합의를 본게 공중전화 박스였습니다.
공중전화박스에서 뭘했을까요?
♡찐. 한. 키. 스.♡
그리곤 형은 조용히 택시를 타고 사라졌습니다.
담날 아침 그 길을 지나면서 형생각을 잠시 하고 있을 때
무심코 공중전화박스앞을 쳐다보니 앗!!! 관리실이....
밤이면 다른 곳은 다 불이 꺼져도 거기만은 환히 켜져 있었는데...
술이 취해 그걸 생각해내지 못했던 겁니다.
에구..망신스러라...이제 저앞을 어찌 얼굴들고 지날까 걱정이 앞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