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관한 소식을 접하면 기분이 좋다. 상상으로 가거나 그림으로 성산포를 보거나, 가끔은 차귀도 섬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지리산편지란 홈페이지를 통해 보곤한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 중에 눈에 띠는 분이 있다. 그분의 글을 보며 떠올린 분이있다. 시커멓고, 웃을 때 이가 보이고, 험상궂은 산적같거나 그런분 말이다. 제주 서귀포에 그분이 가꾼 나무와 꽃들이 얼마전 심겨져 손님들을 맞았나보다. 정검하고 손도 많이 가고 쉽지 않은 일을 하시지만, 어느 곳이나 열심히 사는 분을 만난다는 건 행복하고 뿌듯한 일입니다.
시꺼멓고 웃으면 이가 보여 겁나는 사람하면 나에게도 떠오르는 분이 있어요. 첫 직장의 과장님입니다.
어느날은 오셔서
'너 왜 말을 안하니?'물었답니다
'....'
'말 좀 하자'
'....'
'이긍'
'전요, 전 말이죠.....얼굴 못생기고 험상 궂은 사람하고
대화 잘 못해요...'
'푸핫핫핫...'
호탕하게 웃으시던 유완준님이 떠오르는 군요
재미난 말씀도 많이 했어요.
술도 많이 드시니 어느날은 그러시더군요
'빨래 줄에 걸려 있는 빨래가 부럽다'
'네?'
'세탁기 속에 들어가 세탁된 다음, 털털 거리며 탈수되어
빨래줄에 양귀를 빨래 찝게에 찝혀 말려지고 싶다'
등치는 남산 만하고, 산적같은데 말은 얼마나 귀엽게 하시던지.
전날, 술약속이 잡히면 출근을 일찍해야 했어요. 먼저 나와 있으시니. 본 받을 만도 했고, 인상하고 달리 속정은 있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어느날은 뒤에 와서 말했어요.
'넌 옷이 청바지 밖에 없니?'
'....'
'정말 청바지에 티밖에 없는 거냐?'
'....'
'내자 옷 사는 돈 준다, 한벌 장만해라'
'....'
편한 옷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젠 예의를 갖추기도 하지만, 역시 청바지에 남방이나 면티를 좋아한다.
다음날 정장을 챙겨 입고 출근했다. 뒤에서 계속 서성 거리신는 거다.
'왜요?'
'....'
'뭐, 문제라도?'
'....'
'이긍'
'잠시 상담실로 와봐라'
'네?'
들어서니, 수표를 주신다. 십만원권.
'아니 왜요?'
'내가 옷한벌 사라고 돈 준다고 했잖냐'
'괜찮아요'
그리하야, 내 옷 입고 십만원권 수표도 생기고 했었다.
나도 얼띠라고 생각했지만, 그분도 참 순진하시다.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고, 사회에 적응하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멋진일이다. 일을 즐기면서 자부심도 생기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