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야간대학에 들어가지 까지의 2년동안 그 동안 억눌려왔던 가슴 속의 답답함을 다 풀어내려는듯, 허구헌날 좌충우돌 사건의 연속이었다만 이 사건만큼 창피하고 바보스러운 짓은 없었던 것 같다. 브레이크 장치와 방향조절 장치가 없는 심각한 결함을 가진 자동차같았다고나 할까?
당시 내가 근무하던 직장의 가까운 곳에는 지금은 없어진 조그만 백화점이 있었단다. 점심시간이면 혼자서 직장을 빠져 나와 직장 이 근처 저 근처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아이쇼핑을 즐기기도 하였는데... 이 백화점의 지하에 그저 중간 정도의 크기의 슈퍼에 자주 들러 과자도 사고 껌도 사고는 하였었지...
그러던 어느날...
지하 수펴에 들어가 이 물건 저 물건을 보다가 그만 이상한 충동을 느꼈단다. 그.리.고.는 아무도 보는 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쵸코렛 하나를 슬쩍 호주머니 속에 넣었지... 그리고 껌과 과자를 하나 더 손에 들고는 주머니 속의 쵸코렛은 감쳐준 채로 껌과 과자를 계산하려고 하는데 계산대 옆에 서 있던 한 총각이 잠깐만 옆으로 오시란다... 그리고는...
다 알고 있다는 그 총각의 조용한 말과 함께 내가 인도되어 간 곳은 슈퍼 진열대 뒤의 작은 사무실. 그 곳에는 이미 똑 같은 죄목으로 끌려 온 어떤 남학생이 한 쪽에 비켜 서 있었고... 너무 창피하고,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불안하고, 이것이 직장에 알려지면 어쩌나 가슴은 방마이질을 해대고, 순간 머리가 욱씬욱씬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 저, 돈을 드릴께요...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사무실에 들어가 보아야 하거든요... 그만 저도 모르게..."
" 기다리십시요. 곧 지배인님이 들어오실 겁니다. 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몇가지 확인절차가 있어서..."
그만 눈물이 와락 쏟아졌지. 한 30분을 그렇게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한구석에 서 있으면서 가슴을 조리며 나의 우발적인 어리석은 행동을 마구 후회하고 있는데, 그 지배인이라는 양반이 들어왔단다.
오~ 하느님, 이제 내 인생은 끝이로구나~~~.
먼저 남학생을 불러 호되게 야단치는 모습을 보고 이제 나는 거의 졸도 지경에 이를 정도로 긴장이 되어 있는데, 나를 보고는 눈짓으로 가까이 오라는 것이었다.
"이런 일을 상습적으로 할 아가씨같이 보이지는 않는데 혹시 달걸이 중인가?"
"네?"
"아가씨들 중에 달걸이 중에 이런 일이 가끔 있거든...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아닌데요..."
"처음인듯 싶은데 신원확인을 하여야 하니까 직장이름과 전화번호를 좀 가르쳐 주어야겠는데."
"안되는데요..."
다 죽어가는 목소리의 나를 보며 지배인 아저씨가 씩 웃으면서 신원만 확인이 되면 바로 사무실에 들어가게 할 것이고, 직장에도 적당히 돌려서 이야기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위로를 해 주더군... 그 아저씨의 표정, 어투가 진짜로 별 일 아니라는 듯 여겨지기는 했지만 이 난감한 상황을 어찌 벗어나야 할지... 벗어날 수나 있으련지...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회사 이름과 전화 번호를 대니, 대뜸 한다는 말이,
"여기 자재부에 내 고등학교 동창이 부장으로 있는데..."
"네?"
나는 아연실색, 혼비백산, 얼굴은 거의 백지장이 되어가고...
"걱정하지 말라니까... 절대로 사무실에는 이야기 하지 않을 터이니. 사실 절대로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도 가끔 실수를 할 때가 있다니까~ "
젊은 총각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나의 신원확인을 하고 오히려 거의 초죽음이 된 나를 지배인 아저씨가 달래어 차를 마시게 한 다음 이제 사무실로 돌아가라고 하면서 명함까지 전해 주는 것이었어... 얼마나 고마운지, 그들의 너그럽고 관대함이 부처님의 자비심보다 더 넓어 보였지.
그리고 그 지배인 아저씨와는 친해져서 아저씨가 점심에 전화를 해서 같이 점심 식사도 하고, 내가 전화를 해서 저녁에 맥주도 같이 한 잔 마시기도 하고,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그런 경우가 되었단다.
그런데, 이 아저씨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 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