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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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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가 1 순위...


BY 지란지교 2001-02-15

내게는 이제 중학 2년 초등 5년으로 올라갈 두 아들녀석이 있다.
꼭 삼년 터울로 일주일 차이로 11월에 두녀석의 생일이 들어 있다.

큰 아이 선이는 태어나서 부터 어찌나 순했는지 잠투정이나
또래아이들 특유의 떼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젖병을 뗄때도 조근 조근 설명해서 자기손으로 쓰레기통에 집어 넣은 후 다시는 우유병을 달라고 떼쓰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봐도 신통한 일이다.

둘째 빈이 역시 태어나서 잠시 밤 낮이 바뀌어 고생했지만 얼마나
방실 방실 잘 웃던지 눈 만 마주쳐도 방실 방실 웃었다.

두아이 모두 백화점이나 장난감가게 앞에서 실랭이 하거나 떼를 쓰지 않았다..
가기전 미리 앉혀놓고 백화점이나 공공장소에서 뛰거나 소리지르면
남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 등을 설명하면 알아듣고는
얌전하게 행동했다...동화책이나 집에서 좋아하는 장난감을
챙겨서 가지고 다녔는데 새것을 사달라고 졸라서 진땀나게 한적이
없었다.
책을 무척 좋아해서 서점에 가 책을 실컷 보고 한아름 사가지고
나오면 집에 와서 몇시간이고 책을 봤다.

아들 둘을 키우는 집치고 그림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쿵쿵 뛰면 아래층 아저씨가 시끄러워 책을 못보신다고 하면
'엄마, 뛰면 아래층 아저씨 책 못 읽죠~?'하고 물었다.

빈이는 선이를 끔찍히 따른다.
모든길은 로마로 통하는 것이 아니라 형한테로 흐른다고나 할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도 형이 1순위다.
언젠가 내가 섭섭하다고 했더니 "엄마가 뭐든지 솔직하라고
하셨는데...솔직하게 대답한거에요.."한다.
웃을 수 밖에...

형이나 동생이 며칠단위로 캠프에 다녀오면 전화로 서로 안부물어
목소리 듣고 챙기고 돌아와 만날때는 이산가족 장면 저리가라다.
얼마나 반갑게 얼싸안는지...에미는 뒷전이다..

빈이 친구들 역시 선이 팬들이 많다.
빈이가 친구들을 데리고 놀러오면 아마도 자상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어서 그런가 보다.
선이형, 선이형 하며 제 친형보다도 더 따라서 그 아이들 엄마들이
모두 웃는다..

어젠 빈이 친구가 선이에게 쵸콜릿을 선물하려고 주었더니
선이가 그러더랜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이라서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발렌타인데이에 남자한테 초콜릿을 받으면 6년동안
여자 친구가 안생긴데..그래서 형아가 못 받으니까 이해해.."
하고 자상하게 설명까지 했다고 빈이친구 엄마가 전화해서 막
웃는다...자기 아들이 얼마나 선이를 우상으로 알고 좋아하는데
쵸콜릿을 안 받았다고...여자친구는 갖고 싶은가 보죠?하고
내가 말하고 웃었다.

선이는 빈이가 하는 행동이 모두 다 귀여워서 어쩔줄 몰라 한다.
삐져서 입술 내밀고 눈물 참으려고 눈을 깜빡거리는 것을 보면
빈이의 두 볼을 감싸쥐고 '에고..귀여워~'하며 마구마구 볼을
잡아댕긴다.
티브이를 볼때도 꼭 옆에 나란히 앉아 어깨를 감싸쥐고
쿠션을 대고 누워서는 빈이를 팔베게 해준다.
그럴땐 꼭 아빠가 아들을 옆에 끼고 있는 것 같다
아이 둘이 특별히 싸운 적이 없는 것 같다.

가끔 무슨 일로 빈이를 나무라거나 하면 선이가 나서서 변명해주고
방에 들어가서는 뭐라고 뭐라고 설명하는 것 같다.
내 얘기가 빈이에게 가끔 안 먹힐때 선이가
"엄마 말씀이 맞아" 하면 "형아, 엄마 말이 맞아~?" 하고는
수긍을 하니 영~ 엄마말보다 형 말이 더 신뢰가 가는 건지...

우리 부부가 밤에 자주 맥주를 마시러 나갈 수 있는것도
두 아이가 유난히 엄마, 아빠의 데이트를 좋아하고
둘이서도 트러블이 전혀 없이 잘 지내서이려니 생각한다.

그리고...
착하고 우애있게 잘 자라주는 우리 선이, 빈이가 너무 고맙다.
나에게 선이, 빈이를 자식으로 주신 천주님께 오늘도
감사기도를 드린다...

지란지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