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기어코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더위가 차츰 느껴질 즈음, 냉커피를 마시자 잇몸이 거부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둘째를 가졌을때, 만삭인 몸으로 여름을 맞은 난 더위를 이기는 수단으로 얼음을 먹기 시작했다. 더위도 더위지만 아삭아삭 씹으면서 먹는 그 맛이란 그 어느 것도 흉내낼 수 없는 맛이었다. 그 때부터 얼음 먹기가 시작되었다. 얼음이 얼기가 무섭게 한자리에서 한 판정도는 거뜬히 해결하였다. 빨아 먹는 것도 아니고 입에 들어가자마자 깨어서 먹었는데 그 일은 아이를 낳고서도 여름만 되면 습관적으로 하게 되었다. 한 5년을 그렇게 먹었더니 잇몸에서 불협화음을 호소한 것이다. 이도 흔들어 보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가까운 병원을 찾았고 의사는 첨에는 약만 준다더니 신경치료를 하였다. 태어나 처음 받아 본 신경치료의 고통은 참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 날 저녁 퇴근한 남편은 치과 의원을 하고 있는 친구 에게 전화를 하였고 그 친구는 직접 봐야 한다며 그의 병원으로 오라했다. 그 이튿날 예약해 준 시간에 맞추어 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왜 그렇게 긴장이 되는지... 그도 그럴 것이 남편과 나는 결코 짧지 않은 연애기간 을 가져서 그들과는 이미 그들이 학생이었을 때부터 알 고 지냈는데 그 중에서도 그 친구는 바로 여자들의 이 상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나무랄데가 없었다. 나 또한 그에게 적지 않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친구 중에 제일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머리 손질과 화장을 평소보다 더 길게 하고 옷매무새 또한 신경을 써서 한 시간 거리의 병원을 향해 나섰다. 병원 건물까지 갔지만 곧장 들어가지 못하고 화장실 먼저 찾았다. 시험을 볼 때나 무슨 대회때가 되면 유난히 화장실을 가고 싶은 때와 똑 같았다. 결혼 전에야 자주 어울리는 기회가 많았지만 결혼 후에 는 아무래도 무슨 행사 아니면 얼굴 보는게 쉽지 않은 일이어서 더욱 긴장이 되었다. 진료를 하기 위해 의자에 올라가 누웠다. 입을 벌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왔고 드디어 나의 치부를 그에게 다 보여주는 순간이 왔는데 아 그 쑥쓰러움이란... 두 눈 질끈 감고 콩캉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아'하고 벌려서 그에게 내 모든 치부를 보여주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맘이 편해져 왔다. 그 때는 남편의 친구가 아닌 단지 의사라는 생각을 하고 그의 손이 입술위로 올라와서 치료를 해도 잘 모르는 의사거니 하며 받아야 할 것 같았다. 하루하루 병원에 갈수록 그 친구가 환자들에게 보여주는 친절함과 겸손함에 진정으로 의사로만 받아졌다. 한 달 가까이 다녔는데 나중에는 화장실을 거치지 않고 직접 병원으로 들어갔으며 그가 기구를 들고 내 치부를 다 들여다보며 치료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그의 눈높이 진료와 진실어린 한마디 한마디의 말로 인하여... 그 친구도 날, 친구의 아내가 아닌 여느 환자와 똑같은 환자로 여겨졌을까!! 치과에서 보낸 그 뜨거운 여름의 날들이 그나 나나 그저 한번 피식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작은 추억으로만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 |